'사드 문제'로 올 상반기 불황을 겪었던 국내 완성차 업계의 관심이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에 집중되고 있다.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결판이 오는 17일 내려질 예정인 가운데, 만약 기아차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3조원에 이른다. 단순히 기아차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현재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중이어서 이번 기아차 결과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따라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퍼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 역대 통상임금 소송 중 최대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최근 사드 배치 등 외부적인 문제로 중국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어려운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됨은 물론,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아차는 사드 배치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판매실적이 12만8670대, 전년대비 55%나 감소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7868억원으로 전년도 영업이익인 2조4615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경우 투자여력 부족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을 선도할 기술력 확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가 하락과 주주가치도 훼손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통상임금 패소시 기아차의 배당여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향후 유동성 등 재무적 영향을 고려해 최대한 시장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조원에 달하는 패소 비용을 고려하면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배당금 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 최대 3조원(회계평가 기준) 이상 비용이 발생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 회계기준으로 당장 3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하다. 당장 기업의 존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통상임금' 이슈, 산업계 전반에 위기
기아차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교보생명, 한국지엠, 현대차 등도 통상임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소송 결과에 따라 여러 기업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급분 포함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38조 5500억원에 이르며, 매년 8조8600억원의 추가 기업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따라 최대 4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이후로도 매년 8500~96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중소제조업체 126개사 대상의 설문조사를 통해 이러한 경총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규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65.1%, 기존 고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19.8%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만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총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전체, 국가 경쟁력 하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특히 중국 사드 여파와 한미 FTA 재협상 등 외부적 위기상황에 통상임금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조계 전문가들은 기아차의 이번 통상임금 소송에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 적용 여부가 결과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의칙이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지칭하는 것으로 법률관계 당사자는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법률상 대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임금협상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현재와 같은 임금인상률로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과거 인상분에 더해 추가적인 통상임금 확대분을 요구하는 것은 노사간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