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LCC)사들이 생존을 위해 중장거리 노선 등 대형화에 속도를 내며 외연확장에 돌입하고 있다.
신규 LCC의 시장 진출과 대형항공사에 비해 항공기 운용, 자본금, 인력운용 등에서 한계를 갖고 있는 기존 LCC업체들이 단거리 노선에서 과열경쟁 양상이 빚어지자 자구책 차원에서 장거리 노선 진출을 잇따라 선언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선 것이다.
◆ 중·장거리 노선 도입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는 노선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진에어는 제주항공과 달리 중·대형기를 보유하고 있어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진에어를 타고 8시간 거리의 하와이 호놀룰루와 9시간 거리의 호주 케언즈에 갈 수 있다. 진에어는 동남아 노선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신규 노선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소형기 2대와 대형기 1대를 도입,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까지 유럽·북미 노선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티웨이항공은 2025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2020년 중·대형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20여대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내년에는 25대까지 항공기를 늘리며 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한 준비를 하고있다.
에어서울은 올 하반기에 항공기 2대를 추가로 도입해 오사카, 나리타, 홍콩, 괌 등 중·장거리 노선에 순차적으로 취항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필리핀에 취항할 계획이다. 에어서울은 직접적으로 중장거리 노선 취항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에서 운용하고 있는 에어버스 A330 항공기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장거리 노선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 2월과 6월 신규 항공기 1대씩을 도입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3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총 23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선 상태다. 에어부산 역시 A330 도입을 통해 중장거리 노선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장거리 노선을 늘리기 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운용 중인 29대의 항공기가 모두 동일 기종이라는 점에서 항공기 정비, 인건비 등과 관련해 비용 절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0년까지는 단일기종으로 운항하면서 매출액 기준 연평균 20%씩 매년 성장, 매년 20개 이상의 노선 연계 상품 개발, 항공기 50대 운영 등으로 1조5000억원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도 항공 동맹을 통한 공동운항으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세계 최초 LCC 동맹체인 '유플라이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업계 중 가장 먼저 인터라인 노선 판매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9개 인터라인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태국 치앙라이는 국내 항공사의 직항노선이 없는 상태로 국내 항공사로서는 이스타항공이 인터라인 방식을 통해 단독 운항하고 있다.
◆ 지속 성장발판 'IPO 열풍'
몸집 불리기에 나선 LCC 업체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기업공개(IPO)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상장 추진의 시작을 알린 진에어에 이어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까지 잇따라 상장 계획을 밝히며 '제 2의 제주항공'의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진에어의 모회사인 한진칼은 지난해 11월부터 진에어 상장을 추진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한편 신성장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에 현재는 연내 상장을 위한 실무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현재는 거래소 상장 심사를 앞두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진에어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지난 2015년 증시에 이름을 올린 제주항공에 이어 LCC업계 두 번째 사례가 된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티웨이 BLOSSOM 2025 비전 선포식'을 열고 상장 의지를 드러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티웨이항공은 내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할 것"이라며 "자본금을 늘려 부채 비율을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에어부산은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IPO를 시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최근 LCC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회사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 마련이 필요하다는 회사 측의 판단하에 세 번째 IPO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내년 하반기 IPO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해 연내 자본잠식상태를 완전히 벗어난 뒤 내년 하반기께 IPO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LCC 최초로 상장한 제주항공은 당시 기업공개를 통해서만 약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항공은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LCC 사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할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며 "IPO에 성공해 자금을 확보하고 대형기 도입과 서비스 품질 향상 등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