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한국 증시 저평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9.1배, 0.99배로 선진국 평균(PER 16.6배, PBR 2.17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스피지수의 지속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수 상승이 추세가 되기 위해선 저평가 상태 해소와 유동성 증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해외 우량기업 적극 유치해야"
지난 7일 종가기준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시총 비중은 33.58%다. 시총 비중을 보면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선진 증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모두 21곳에 머물러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기업 2149개 가운데 외국 회사 비율이 0.97%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증시의 외국 기업 비중이 2015년 기준 37.2%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는 '글로벌'과는 동떨어져 있다.
국내 증시에 외국기업이 상장한다면 국내 투자자에게 더 많은 투자 기회를 부여하고, 이익이 발생하면 그 수익도 나눠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주관회사나 펀드매니저 등도 관련 업무를 통해 글로벌한 역량을 쌓아 선진 인력을 양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외국기업 상장의 중심지가 된다면 '자본시장 국제화'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해외 우량 기업의 상장을 돕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해외 우량기업이 국내에 상장할 때 해외 자회사의 회계처리 기준을 국내에서 인정하는 등 국내 상장에 대한 불편함을 최소화 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에 7개의 외국기업을 상장시켰다. 외국기업 신규상장 실적에서 싱가폴거래소와 세계 공동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 기업 수만이 모든 성과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1년 중국 고섬사태(회계조작)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무리한 외국 회사의 국내 유치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의 손실 뿐만 아니라 2014년, 2015년 해외 기업이 단 하나도 상장되지 않는 등 시장을 오히려 위축시켰다. 기업 수를 늘리는 것보다 '좋은'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거래소 상장심사팀 배흥수 팀장은 "외국기업이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지 않지만 글로벌 빅(Big)4(KPMG·PwC·딜로이트·EY)의 회계 감사를 받고 있는 기업만 상장 심사 자격을 주는 등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해외 기업의 상장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기업의 자구 노력도 필요
최근 코스피의 황소장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예탁금은 24조9118억원에 달한다. 단기투자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도 127조7915억원의 자금이 모여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지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믿음이 부족한 탓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의 배당성향(19%)이 신흥국 수준(33%)으로 올라가야 코스피가 30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증권업계는 하반기부터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 기업의 배당성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서양의 집사(스튜어드)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것 처럼 기관도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강제하는 지침서다.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 일본, 캐나다에서 공통적으로 배당이 증가함을 물론 주가 상승도 잇따랐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선진 증시에서 투자자금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한 기업에 쏠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속하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지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주가가 50% 이상 상승한 이유다. 한국거래소가 '테슬라 요건'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미래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은 비록 수익성을 당장 증명하지 못해도 국내외 투자자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국내에도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많아진다면 국내 증시의 가치도 함께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