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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행/레져

[우헌기 터키 자전거 여행] 17일차, 주인의 마음, 길손의 마음

아름다운유산 우헌기 이사장의 기부 마라톤 수기를 메트로신문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2017.4.13 : 악사라이 휴식

비가 내린다. 여기처럼 건조한 지역에서는 비는 천만금의 값어치가 있다. 여기 사람들은 비가 오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을 거다. 하지만 난 비 오는 게 싫다. 나도 그들과 같이 지금 여기 있지만, 왜 생각이 다를까? 그들은 여기 사는 사람이고, 난 스쳐 지나가는 길손이다. 머무는 기간의 길이가 다르다. 이 다름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만약 인간의 생명이 한 천년 산다면, 다른 생명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겠지. 지금처럼 많은 생명체가 인간에 의해 절멸될까?

비는 종일 내릴 기세다. 내일까지 전국적으로 내리는 것으로 예보되었다. 비를 무릅쓰고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오늘 하루 여기서 쉬기로 하자. 비 오는 게 내게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그제 110km를 탄 후 무릎이 좀 아팠다. 오늘은 많이 좋아졌지만 계속 무리하면 정말 탈 날 수도 있다. 비가 안 온다면 스스로 쉬지 못 할 텐데, 비가 핑계거릴 주니 고맙다. 그런데 쉬어야 한다면 그냥 쉬면 되는데, 왜 쉬어야 할 명분이 필요하지?

못비가 내린다. 못비란 모내기 철에 내리는 비로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하염없이 내려 땅에 충분히 스며든다. 이른 봄에 이렇게 비가 와야 땅이 충분히 수분을 머금을 수 있다. 그래야 모내길 할 수 있고, 가뭄도 잘 타지 않는다. 이국만리에서 고향의 못비를 본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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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 들려 차를 마시는 승객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이런저런 상상에 예닐곱 번은 깬 것 같다. 낮에 언뜻 본 미국이 4월 말에 북폭한다는 기사 때문이다. 수십만 명이 희생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참에 깨끗하게 해결하는 게 낫다는 댓글도 있었다. 평화란 힘과 사생결단의 의지가 있어야 보장된다. 힘과 의지가 없다면 시련과 굴종만이 있을 뿐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트럼프가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건 우리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우리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할 각오가 돼있어야 적어도 변화에 떠내려가지 않는다.

80년대로 기억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사이렌이 울리면서 민방위 연습을 할 때다. 어느 일요일 사이렌이 계속 요란하게 울리면서 '실제 상황입니다'고 다급하게 방송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든 처음으로 든 생각, 아무것도 모르고 놀고 있는 저 아이들이 '나와 비슷한 나이에 전쟁을 경험하게 되는구나~'라는 거였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신호등 앞에서 구걸하는 3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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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가 구걸을 하고 있다. 신호등에 차가 정지하면 재빠르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의외로 많은 기사들이 문을 열고 화답했다. 아이들은 돈을 받으면 신이 나 엄마에게 갖다 준다. 곤궁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놀이하는 것 같다. 지하철 출입구에 엎드려 동정을 호소하는 사람들, 그 옆을 못 본 듯이 지나가는 수많은 발길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진다.

밤에 호텔 휴게실에서 여기 일하러 온 사람들과 이야길 나누었다. 모두 동부 지역과 흑해 연안 출신이다. 모두 자기 고향의 명소를 추천해줬고, 그 지역 정보도 얻었다. 한 친구는 지중해 연안 도시 아다나(adana)에 사는데 내일 집에 가니 원하면 자기 차로 같이 갈 수 있다고 있다. 6시간 걸린다고 했다. 아다나는 역사 유적이 많은 곳인데, 오늘 이후면 점점 멀어진다. 어쩔거나? 일단 '내일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하자'하고 헤여졌다.

일어나자마자 자전거를 점검하니 어제 교체한 앞 타이어 바람이 빠졌다. 또 펑크가 났나? 아닌 것 같다. 제대로 잠거지 않아서 바람이 샌 것 같다. 바람을 넣고 하루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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