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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행/레져

[우헌기 터키 자전거 여행] 15일차, 항상 생각보다 쉽다

아름다운유산 우헌기 이사장의 기부 마라톤 수기를 메트로신문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4.11 : 111km(콘야 - 술탄하느)

아주아주 먼 옛날, 한 젊은이가 거부 대상의 낙타 몰이꾼으로 먼 길을 나섰다. 산도 설고 물도 설은 먼 곳에서 그는 한 처녀와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그는 주인의 돈을 훔쳐 처녀와 함께 종적을 감췄다. 먼 곳으로 숨어들어 산 지 몇 해가 지나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그리움에 지친 그는 자기가 도망친 카라반사라이(대상들의 숙소)에 나가 고향 소식을 듣곤 했다.

결국 그는 옛 주인에게 붙들려 가족에게 간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 한 채 끌려가고 말았다. 혼자 남은 아내는 날이면 날마다 석양 무렵 고갯마루에 올라 먼 산을 바라보며 행여나 가신 님이 올까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을 법한 '카라반사라이'(대상들의 숙소)를 찾아 떠난다.

그 오랜 기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 비단길, 이 길에는 그들이 남긴 발자국만큼이나 많은 사연들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발자국이 바람에 쓸려 없어지듯 그들의 사연 또한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졌을 것이다. 바람결에 그 편린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고 출발한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수피스트 춤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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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 '술탄하느'(sultanhani)까지는 100km가 더 된다. 너무 늦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도중에 주유소도 별로 없지만 물 구하는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행동식을 챙겨 서둘러 떠났다.

사실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이 코스는 너무 멀어서 건너뛸까 생각했었다. 어젯밤 침대에 누워 있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많은 것들은 생각보단 쉽다. 보거나 경험하지 못 했기에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어려운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오길 잘 했다. 111km를 오는 데 7시간 반 정도 걸렸다. 길은 거의 평지고, 도로 사정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콘야 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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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름다운유산 우헌기(물을 뿌려 옥수수를 심었던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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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야에서 한 50km 지점에서 산이 나타나며 콘야 평원이 끝났다. 이 고개를 넘으면 신나게 내리막을 달릴 생각에 올랐는데, 웬걸 내리막이 없다. 또 다른 평원이 펼쳐졌다. 콘야 평원엔 대부분의 땅이 그냥 버려져 황량한 모습뿐인데, 그 이후 평원엔 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 물을 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오는 동안 밥 먹을 곳은 두 곳뿐이다. 운전자들에게 100km는 차 마시거나 밥 먹기엔 너무 짧다. 그러나 나 같은 여행객에겐 결코 짧지 않다. 떠날 때 호텔에서 가져온 걸로 점심을 먹었다. 근데 물 대신 주스를 가져온 게 문제였다. 몇 번 마시니 갈증이 더 심해져 더 이상 마시기 어렵게 됐다. 물 0.5리터를 샀는데, 좀 부족했다.

쾌청하고 바람도 약해 타기엔 좋았다. 하지만 옆바람이거나 앞바람이라 30km를 남겨둔 지점부터는 거의 시속 10몇 km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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