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29, 이스탄불에서 맞은 두 번째 날'
내일 떠날 준비로 분주하게 하루를 보냈다. 내일 아침 날 포함해 남자 3명이 떠난다.
숙소에서 젊은 여행객 넷과 송별 겸해서 맥주를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그들에게 여행 목적을 물었다.
1년 반 째 여행 중인 20대. 그는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다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다닌다고 했다. 이런 그의 취향이 드디어 사고를 쳤다. 며칠 전 만난 사우디 친구의 권유에 따라 터키 전통 술집이라는 델 갔었다.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무대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여자는 손님이라고 했다. 여자들이랑 양주 한 병을 마셨는데 200만 원이 나왔다고 한다. 항의를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사우디 친구가 자기랑 반반씩 내자고 했다. 둘이 ATM에서 각각 100만 원씩 뽑아줬다고 했다.
이런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모양이다. 첫날 숙소 주인이 해준 주의 사항이 이 친구 사례이구나. 그는 호주에서 하루 18시간씩 일해 번 돈의 1/5을 이렇게 날렸다. 사람을 좋아해 처음 본 사람을 쉽게 사람을 믿었다가 당한 것에 많이 허탈하고 배신감에 졌었으나 이젠 많이 회복한 것같았다.
그는 여행담을 책으로 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실, 생각, 느낌, 교훈, 선언을 모두 적고 싶다고 했다. 이 경험에서 그는 뭘 배우고 어떤 선언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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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복잡하고 화려한 모습을 찾아다니는 30대. 그는 관광지나 유물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남미에서 누나 일을 2년째 도와주고 있는 20대 후반. 그는 쉬기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1년에 2주 휴가를 모아 한 달 터키와 스페인을 돌아볼 계획이라 했다.
역시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20대. 그는 유명 관광지를 이곳저곳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걸 선호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천만다행이다. 우리나라가 제일 살기 좋다'라고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회자되는 요즘 이들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는 게 좀 의아했다. 이들이 헬조선에 동조하는 젊은이들보다 형편이 나아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우리보다 형편이 못 한 나라를 주로 다니기(세상엔 우리보다 못 한 나라가 훨씬 더 많기도 하고) 때문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