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분기점으로 '비선실세' 최순실씨뿐만 아니라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들의 '뇌물죄' 적용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최씨와 공모관계, 삼성과 대가성 거래 등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신변보호 등의 요청을 받은 검찰은 벌써부터 전직 대통령 경호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간의 뇌물죄 여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소환을 앞두고 대기업 조사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최근 롯데그룹 면세점 로비 의혹 관련 관세청 관계자를 소환조사했으며, 이달 16일 SK그룹 고위 임원에 이어, 18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날은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수본은 삼성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최씨 관련 단체에 지원한 돈을 청와대의 '강요'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해당 사건을 삼성 등이 적극적인 뇌물을 제공하고 이를 수수한 박 전 대통령이 특혜를 제공한 뇌물죄로 뒤집었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등을 이미 강요죄로 기소한 검찰도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생겼다. 같은 사건을 두고 검찰과 특검이 다른 기소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의 실소유주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라고 보고 삼성 등이 대기업이 내놓은 출연금을 '제3자 뇌물'로 판단했다. 이 밖에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최씨와 조카 장시호의 회사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경제공동체'로 보고 '단순뇌물죄'를 적용했다.
앞서 검찰 특수본측은 무조건 특검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소환조사 후에 기소변경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측은 현재까지도 특검의 뇌물죄를 부인하고 있다. 핵심 주장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에 의한 사익이 없다는 것이다. 최씨는 특혜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뇌물수수의 독립 주체가 될 수 없다. 결국 뇌물죄의 성립에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이익이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입증이 필요하다.
한 기업전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부인해도 삼성이나 기업측에서 뇌물이라고 인정하면 뇌물죄는 성립된다"며 "다만 양측이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의 입증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 소환조사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검의 수사결과와 함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의견서를 검토하며 박 전 대통령의 철벽방어를 뚫기 위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의사 하에 움직였으며, 안 전 수석과 최씨 등이 재단의 주인으로 군림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한편, 검찰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간 뇌물죄 외에도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관련 조사에도 열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이 검찰에 이첩한 박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은 뇌물죄와 함께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한 사건의 주요 피의자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