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알선하는 A브로커. 이 브로커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홈페이지를 그대로 베껴와 기업들이 혼동할 수 있도록 자신의 홈페이지를 꾸몄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에게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접근을 한 뒤 각종 자료를 요구하고, 정부 정책자금을 받아주겠다고 회유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에게 거래은행을 바꾸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브로커의 행동을 의심하던 중소기업은 결국 중진공에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 그리고 중진공은 사기혐의와 공문서 위조 등으로 브로커를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브로커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기업과 몰래 합의를 했다. 다행히 기업이 입은 피해는 없었다. 수사기관도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수 조원에 달하는 정책자금을 미끼로 중소기업에게 접근하는 브로커를 차단하기 위해 관계기관이 팔을 걷어붙였다.
정책자금 브로커란 정부의 지원정책을 잘 모르는 기업들에게 컨설팅 등의 명목으로 다가가 정책자금을 받아주고 '성공보수' 등의 명목으로 돈을 챙기는 업체를 말한다.
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정책자금은 중기청 소관만해도 창업기업지원자금 1조6500억원, 신성장기반자금 8800억원 등 한 해 수조원에 이른다.
15일 중진공에 따르면 기존에 100만원이던 브로커 신고 포상금을 200만원으로 올렸다. 또 브로커가 개입돼 정책 자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기업은 6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정책자금을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 부당 개입을 한 브로커는 형사고발 조치를 당한다.
정책자금 브로커가 부당개입하는 사례는 많다. ▲정책자금 및 R&D 지원 결정 조건으로 결정금액의 일정비율을 성공보수로 지급하기로 기업과 제3자(브로커)가 계약을 한 경우 ▲제3자(브로커)가 정부기관 등 명의를 명함에 사용하거나 해당 기관 직원임을 사칭하는 경우 ▲정책자금 컨설팅 등 대가로 보험상품에 가입을 유도하고 보험사를 통해 수수료를 수령하는 경우 ▲연대보증인을 제공해주고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브로커들은 기업들에게 성공 보수 수수료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소기업계 전반에 걸쳐 이같은 브로커들이 암암리에 판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실제 신고된 건수는 미미한 상황이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8년 넘게 중진공이 접수한 신고 건수는 고작 27건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브로커가 활동한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실상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기업과 브로커가 합의를 통해 정책자금을 받고 난 이후 사실을 숨길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면서 "지금까지 100만원이었던 신고포상금이 지급된 사례도 없다. '정책자금 브로커' 개입을 원천 차단해 금융부조리를 사전에 예방하고 정책자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다 강화된 방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책자금 브로커를 구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선 브로커들은 정책자금에 대한 전문지식을 이용해 정책자금을 받아주겠다는 것을 전제로 리베이트나 선납금을 요구한다. 소기업이나 창업초기기업, 재무구조 취약기업 등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이 주로 접근 대상이다.
브로커들은 연중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로 정책자금 신청접수가 이뤄지는 연초에 집중적으로 영업을 한다. 접촉하는 방법도 전화나 이메일, 방문 등 다양하다. 산업단지나 농공단지 등에 현수막을 내걸고 유혹하는 경우도 많다.
중진공 관계자는 "브로커들은 중진공이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자금 관련 기관 직원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과시하거나, 기업현황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무조건 (자금 받는 것이)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서 "가수금을 자본으로 전환해 증자한 것처럼 꾸며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제표를 조작하거나, 물품공급 계약서나 납품 의향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서류 조작도 서슴지 않고 있어 기업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중진공은 중기청과 함께 정책자금 신청 단계에서부터 브로커 개입을 막기 위해 '사전상담예약제도'도 운영키로 했다. 또 온라인융자 신청시스템 내에는 자금신청 매뉴얼 동영상도 게시했다. 이외에도 정책자금 신청서 작성을 전담하는 융자신청 도우미를 중진공의 31개 전 지역 본·지부에 배치해 기업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브로커 신고는 중진공내 신고센터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