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으로 이용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항공여객은 1억391만명으로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국적 항공사 국제선 여객의 30% 비중을 차지한 LCC의 성장세가 돋보인 한해였다. 이처럼 LCC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LCC를 추가로 세우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CC의 성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 상승과 가격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마치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던 면세점이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미운 오리로 전락한 것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LCC 잇따른 출범 '오히려 독'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플라이양양은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올 11월 취항을 목표로 준비에 한창이다. K에어항공(가칭)은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올 하반기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양양·청주공항을 기반 7·8번째 항공사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보고 있다.
플라이양양과 K에어항공 등이 올해 취항을 계획한 이유는 LCC의 성장세 때문이다. 최근 4~5년 동안 LCC는 연 20%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제주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에어부산 등 기존 LCC들은 저유가와 저환율, 이용객 증가 등으로 호황을 누렸다. 여기에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붙지 않아 해외여행 수요도 빠르게 성장했다. 덕분에 제주도는 물론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까지 노선을 확장했다.
이에 지자체들은 신규 항공사를 출범해 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관광이나 서비스업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LCC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반발해 관광 보복에 나서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3월 7일~4월 30일 중국발 한국행 항공편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줄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5일부터 31일까지 중국불 노선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9.4%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은 올해 성장 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제2의 도약을 위한 내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에어서울도 올해 항공기는 2대만 도입하고 노선의 경우 4개 노선만 확장할 계획이다.
노선 수익성 강화도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를 밑도는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연료비 부담이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제선에선 유류할증료가 부활했다. 연료비 부담도 늘어난 상황이다.
◆안전·소비자 편익 저해 위험
신규항공사 진출에 따른 인력 부족 현상 역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항공사로 옮긴 조종사는 100여 명에 달한다. 국내 항공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항공사를 늘릴 경우 자칫 미숙련 운항과 정비인력에 고객의 생명을 맡겨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항공사들이 출범을 위해 기존에 숙련된 인력을 다른 항공사에서 스카우트하게 되면서 서로 뺏고 뺏기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대형 항공사나 기존 LCC 업체들도 인력이 재분배되면서 안전에 대한 문제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같은 문제로 지난달 플라이양양이 국제·국내 항공운성사업 면허를 신청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이를 반려했다. 항공여객 안전 확보와 재무적 위험 발생 가능에 따른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플라이양양에 대한 신규면허 발급에 대해 면허 자문회의에서는 자본금 150억원과 항공기 3대 이상 요건은 충족했으나, 운영 초기 재무적 위험이 있고 안전·소비자 편익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반려이유로 들었다.
이에 플라이양양이 강원도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하고 지난 13일 국토부로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재신청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신규 취항에 나선 에어서울도 출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토부에 신청한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도 몇 차례 반려됐다. 단, 에어서울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에서 정비사와 정비시설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신규 항공사 설립은 지방 관광 산업 및 지방 공항 활성화가 배경으로 보인다"며 "업계 특성상 항공 안전을 위한 인력 및 제반시설에 대한 준비가 철저한 준비 및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단거리 노선 시장은 포화 상태에 임박한 가운데 신규 항공사 설립은 출혈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