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에 중도금 대출협약을 받지 못하는 아파트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는 이달 말 1차 중도금 납부기한이 다가왔음에도 아직까지 금융권과 협약을 맺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단지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22대 1에 달했지만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해 일정을 미뤄야 할 처지다.
또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 건설사가 분양한 한 아파트는 1금융권을 찾지 못해 결국 연 5%에 가까운 높은 이자로 제2금융권을 중도금 대출기관으로 선택했다.
수도권에서 계약률 100%를 달성한 한 아파트 단지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꺼려 지방은행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의 한 재개발·재건축 단지도 계약률이 100%지만 시중은행은 대출총액 과다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했다.
한국주택협회가 지난해 10월18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분양한 52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하지 못한 사업장은 전국 37곳, 2만7000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힌 이유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나서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저금리 정책을 펴던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시장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주택 수요자들은 대부분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선다. 하지만 무턱대고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 중도금 대출금리는 시중은행이 연 3.46∼4.13%, 지방은행이 4.2∼4.3%, 제2금융권이 3.88∼4.5% 수준이다. 중소‧중견업체의 금리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금리로 대출이 결정되면 서민들의 주택 구입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더욱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실수요자가 계약과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라도 발생하면 사회적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
물론 가계부채를 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투기수요 잡겠다고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안정적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고 업체들이 차질없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경시해서도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