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최순실 게이트'도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역대 2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종변론기일을 맞았으며, 여론의 힘으로 만들어진 특별검사팀도 정식 수사기간 만료 하루를 앞두고 있다.
◆탄핵을 결정짓는 마지막 승부점
헌법재판소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변론기일을 연다.
박 대통령은 결국 최종변론기일까지도 출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종변론에서 양측은 탄핵 사유와 탄핵소추 의결의 적법성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소추 의결이 적법절차를 위반해 탄핵심판 자체가 근거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에게 충분한 방어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여러 사유를 한꺼번에 표결해 각 사유마다 표결해야 한다는 '탄핵소추 원리'를 위배했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재판관이 9명이 아닌 8명인 상태에서 심리를 이어가는 것이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입증과 인용 결정의 필요성을 주장할 예정이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대한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 등을 근거로 탄핵 사유를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강제모금 의혹, 더블루K·플레이그라운드 등 최씨 소유로 알려진 회사들에 대한 특혜 지원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
구속기소 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의 혐의에서 탄핵사유를 선별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의 뇌물죄 관련성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최종변론기일을 마지막으로 양측의 의견을 듣고,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전망이다. 헌재측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 13일 전에는 선고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90일간의 대장정…미제도 많아
특검은 지난 90일 동안 정·재계를 상대로 이례 없는 행보를 보였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국가 최고 권력인 청와대의 주요인사를 연이어 구속 시켰다. 재계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해 결국 서울구치소에 수감시켰다.
특검사무실에 들어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손진영 기자
특검은 그동안 '비서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대기업 간 '뇌물죄' 의혹 ▲청와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 의혹 ▲청와대 '비선진료' 등의 사건을 수사해왔다.
수사 도중 구속되거나 기소된 정부 장·차관급 인사만 5명에 달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등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의 경우 현직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기소했다.
이재용 전 부회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등의 거물급도 연달아 구속하며 정계, 재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성역없는 수사'를 보였었다. 지난주까지 특검이 기소한 인원만 13명에 달한다.
최순실에 대한 '뇌물죄' 혐의 추가 등도 검토되고 있다. 특검팀 최씨와 대기업간의 뇌물죄 혐의에 있어 박 대통령과 최씨를 '경제공동체'로 보고 대통령에게도 단순 뇌물죄를 적용할지, 최씨가 뇌물을 받고 박 대통령에게 청탁을 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지 고민해왔다.
최씨에 대한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인 특검이 최씨의 추가 공소장에 어떤 죄를 적시하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혐의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경우 국내 최상위법 '헌법'이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만큼 특검은 기소중지 처분을 하기로 했다. 대통령 지위가 해소될 때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미룬다는 것이다.
오점도 있었다. 100여명의 역대 최대 규모 특검팀도 '최순실 국정농단' 전체를 수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로 인해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박 대통령 수사가 제외됐다.
특검팀은 수사 종료일인 28일까지도 대통령 대면조사는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측과 협의 중이지만 사실상 '무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럴 경우 박 대통령 조사는 검찰 손에 넘어간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믿지 못해 특검이 출범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사의 핵심인 대통령 조사는 다시 검찰 몫으로 남는 셈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진영 기자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이 친정인 검찰의 눈치를 보느라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푸는 것도 숙제다. 수사 기간 막바지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특검은 이후 보강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정식수사가 종료되는 만큼 '불구속 기소'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이 미제로 남긴 사건들은 특검 종료와 함께 관할 검찰청으로 사건이 이첩된다.
특검은 28일까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수사기간 연장 결정을 기다리다 연장이 되지 않으면 이재용 부회장 등을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 우 전 수석,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등 구속·불구속 기소 대상자는 1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