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도 이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도 본래의 주장을 벗어나며 각종 이권이 개입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 취재 차 광화문을 방문하는 기자는 가끔씩 무대에 선 연설자들의 외침에 귀를 의심한다. 서울시청 앞, 태극기를 흔드는 군중을 보면서 이따금씩 눈을 비비곤 한다.
한 시민단체의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소리,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주장, 재벌퇴출 표어 등이 촛불집회장을 가득 채운다.
이 같은 '이질'은 태극기 집회서도 펼쳐진다. 무슨 이유에선지 커다란 성조기를 펼치고 행진을 한다. 이미 우리 역사의 어두운 부분으로 기록된 국민을 향한 '계엄령'을 외친다. 일부 야당 의원들에 대한 '재산환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대통령 탄핵은 부수적인 주장인 양, 양측 모두 집회 목적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사람을 만나 임금인상과 대통령 탄핵의 관계성을 물었다. 그는 "다 대통령이 잘못하고 최순실 같은 사람이랑 짜고 치니 우리가 임금도 덜 받고 힘들게 사는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초등학생도 설득하기 힘든 논리다.
몇몇 단체의 '편승'이 집회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탄핵과 한 회사의 임금인상을 같은 선상에 두고 집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판단착오를 일으키고 있다. 애국을 외치며 그들이 정면에 내건 국기는 성조기다. 독립국가를 외치며 북한을 혐오하는 그들이 스스로 미국의 속국임을 인정이라도 한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각 단체의 주장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현장을 과거 학교 운동회 때 잡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골목과 같이 만들어선 안 된다.
음악에는 '화음'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다른 음이지만 같이 어우러지면 훌륭한 소리를 만든다. 반면 '불협화음'은 음악을 망칠 뿐 아니라 듣는 이의 기분까지 상하게 한다.
적어도 그들의 편승이 화음으로 들리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