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고위 임원이 박근혜 정부가 기업에 미칠 불이익이 두려워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안종범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조영석 CJ 부사장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기업이 청와대,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하면 거부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저희 같은 경우 언론에도 나왔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우려가 없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전후로 문화계에서는 CJ가 자사 케이블 방송채널인 'TVN'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영화 '변호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광해' 등을 배급하며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박 대통령 역시 2014년 11월 손경식 CJ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CJ의 영화·방송이 좌파 성향을 보인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통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퇴진압박을 넣은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측이 조 부사장에게 "CJ가 좌파 기업으로 지목돼 국세청 조사 등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또 (재단출연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 게 작용한 것이냐"고 그는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조 부사장은 또 지난 2015년 23일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로부터 재단출연 요청을 받을 당시 박 전무가 "경제수석의 지시를 받았고,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였다는 박 대통령측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안 전 수석측 변호인이 "CJ도 매년 사회공헌 예산이 있을텐데 이왕이면 정부 시책에 부합하는 걸로, 국가발전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고 생각해서 큰 거부감없이 출연결정한 것 아니냐"고도 물었지만 조 부사장은 "아니다. 한류라고 하면 저희 기업에서 직접 하는게 낫지 않나 판단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의자인 안 전 수석도 조 부사장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안 전 수석이 증인에게 직접 질문한 것은 처음이다.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이 설립됐을 때 많은 사람이 CJ가 많은 혜택을 보는 기업이라고 생각했다"며 "정부가 문화융성을 위해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추진했는데 이 센터는 CJ E&M 건물에 입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미르가 원래대로 잘 운영됐으면 문화 관련 독보적 기업인 CJ가 많은 혜택을 보리라 다들 얘기했는데 마치 미르 창립 당시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듯 말하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부사장은 "미르 출연 요청을 받았을 땐 케이컬쳐벨리 등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