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뇌물죄'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위해 증거를 2배가량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여전히 뇌물수수자인 박 대통령의 조사 전까진 구속은 시기상조라는 두 가지 의견이 제기됐다.
14일 특검관계자에 따르면 특검은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해 증거 분량을 2배가량 늘렸다.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힘들다는 법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영장 재청구 날짜까지 기획했다.
◆늘어난 증거…미르·K스포츠는 제외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은 특검이 신청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죄의 소명이 부족하고, 일부 사실에 법적 논쟁이 있다는 등의 이유다. 특히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의 구속에 있어 수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 조사가 없다는 것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특검은 법원의 구속기각 사유에 맞춰 3주간 보강수사를 진행했다.
우선 앞서 법정에서 제시한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사실은 구속영장 신청서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법리 논쟁도 심할 뿐 아니라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모든 대기업들을 수사해야 하는 부담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오후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수시기간을 고려하면 다른 대기업 수사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대신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 특혜, 정유라 20억 상당의 명마 지원, '비선실세' 최씨의 회사인 비덱스포츠와의 213억원 컨설팅 계약 등이 '뇌물'로 적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이 증거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특검은 금융전문가들을 통해 공정위의 삼성 특혜 의혹에 대해 '대가성 입증'을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과 방법까지 철저한 기획
특검은 영장청구 날짜와 방법까지 고려해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를 준비해왔다.
이날 오후 이 특검보는 "이 부회장 조사 결과를 종합해 금명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예정된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대한 특검의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염두한 날짜다.
특검은 그 동안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 왔다고 피력해왔다. 이에 대한 가장 마지막 방법이 청와대를 향한 소송이다. 법원에 특검의 대통령 조사 노력을 보여준 것이다.
법무법인 천일의 노영희 변호사는 "그 동안의 특검의 행보를 보면 법원이 대통령 조사가 불가능 했다는 점을 인정해 줄 수도 있다"며 "특검이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청와대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14~15일 중 법원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신청을 하게 되면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정지 심문기일 이후에 영장심사를 하게 된다. 기각된다 해도 법원에 특검이 더 이상의 책임이 없음을 피력할 수 있고, 집행정지 신청이 수용된다면 즉각적인 압수수색으로 추가 증거 확보가 가능해 진다.
이 부회장을 제외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황성수 전무 등에 대한 '불구속 기소' 방침을 철회하고 일괄 영장 청구키로 한 것 역시 이 부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특검은 앞서 이들에 대한 불구속기소 방침을 백지화하고 이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에 맞춰 일괄 청구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증언을 하는 '피의자'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영장을 청구해 법원에 이 부회장의 사실 부인이 거짓임을 피력하기 위함이다.
앞서 조의연 서울지법 영장전담 판사의 이 부회장 영장기각으로 여론이 들끓었던 점도 법원의 영장 발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수십억에 수백조 무너지나
사실상 대통령 대면조사가 물리적으로는 당장 힘든 상황에서 핵심은 박 대통령이 직접적인 이득을 챙겼느냐다. 특검은 이를 두고 '뇌물죄'인지 '제3자 뇌물죄'인지 결정해야 한다. 최씨에게 한 지원이 대통령에게 한 지원이라는 판단이라면 뇌물죄를, 최씨에게 뇌물을 주고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다. 다만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조사 없이는 증명이 힘든 게 사실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진녕 변호사는 "삼성의 지원이 뇌물죄가 법리적으로 성립되느냐가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부정한 청탁과 대통령의 경제적 이익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진 대가성이라는 증거만 있을 뿐 이 부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뇌물에서 제외하고 재계 1위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법무법인 세종의 백대영 변호사는 "수백조의 매출을 내는 삼성의 총수를 정유라에게 지원된 말과 비덱스포츠 계약만으로 사전구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재판부에서도 경제적 파급 등을 두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