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는 1인가구가 유통업을 뒤흔들고 있다. 상품은 물론 서비스, 핵심 사업까지 1인가구를 타깃으로 운영되는 등 유통 트렌드가 뒤바뀌는 분위기다. 이를 뒷받침 하듯 정부가 직접 나선 조사에서도 1인가구의 소비 영향이 수치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일 통계청이 조사한 '2016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소매판매액지수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전년동월대비 1.6% 증가했다. 승용차, 컴퓨터 등 내구재가 2.3% 감소한 반면 음식료품, 화장품 등 비내구재가 4.9% 늘었다. 최근 급증하는 1인가구 증가가 내구재보다 비내구재 구매 비용이 우선시 된 주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편의점과 무점포소매(인터넷쇼핑, 홈쇼핑 등 배달 방문 판매업체), 대형마트, 슈퍼마켓, 백화점의 소매판매액지수는 증가했고 승용차, 연료소매점, 전문소매점은 감소했다.
소매판매액(경상금액)은 총 34조557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3.1%가 늘었다. 업체 중에서는 편의점이 총 15.5%로 가장 급증했다. 이어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이 12.3%, 대형마트가 7.5% 가 각각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외식 대신 가정간편식 등으로 음식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외식 대신 대형마트나 식품제조업체에서 가공한 가정간편식, 편의점 도시락 등의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1인가구 소비 트렌드가 소비판매액지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비판매액을 살펴봐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은 소폭 증가한 반면 편의점과 온라인, 홈쇼핑 등의 증감율은 비교적 폭이 컸다. 편의점은 지난해 19조5584억원(2015년16조5207억원)을, 온라인몰과 홈쇼핑 등을 의미하는 무점포소매는 52조5704억원(2015년 45조557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총 3만2000여개다. 1개 점포당 인구수는 1600명으로 지난 1995년 2만800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그만큼 소비자 개개인의 편의점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접근성 외에도 도시락과 소량단위 식품들, 택배배송 등의 편의점 서비스 등이 1인가구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 대량 단위 포장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대형마트 등 할인점에 비해 1인가구의 소비가 주로 이뤄지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CU의 도시락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9배가 뛰었다. 간편식품군 매출은 전체 상품 매출의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편의점은 이에 발맞춰 소포장 간식이나 반찬, 홈술족을 위한 1인 안주 등 1인가구에 특성화된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GS25와 이베이코리아, CU와 티몬, 세븐일레븐과 롯데닷컴 등이 각각 협업한 배송 서비스도 1인가구를 주요 타깃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1인가구는 물론 맞벌이 가구 비중이 증가하는 사회적 현상을 감안해 점포 안에 세탁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인터넷쇼핑이나 홈쇼핑 판매액 증가 또한 1인가구 트렌드와 맞물린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인터넷쇼핑은 전년 동월대비 17.4%, 홈쇼핑은 10.0%가 각각 증가했다.
연간으로 따져보면 인터넷쇼핑과 홈쇼핑의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10년을 100으로 봤을때 물가변동분을 배제한 불변지수는 지난해 인터넷쇼핑이 215.2, 홈쇼핑이 143.9를 기록했다.
인터넷쇼핑과 홈쇼핑은 편리하고 간편하게 주문하고 배송받아볼 수 있다는 공통적인 부분에서 1인가구가 특히 선호하는 유통 채널이다. 1인가구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두 업종의 성장세가 비례하는 이유다.
이처럼 빠르게 1인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과 함께 유통 소비 트렌드 또한 이들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 1인가구 비율은 2000년 15.5%에서 2015년 27.1%까지 증가했다. 지난 201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1인가구는 500만을 돌파하는 등 전통적인 '4인가구' 비율을 앞질렀다. 2020년 1인가구 비율은 29.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