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사이의 '뇌물죄'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과정이라는 객관적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물증은 이 부회장의 정식재판에 증거로 제출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삼성물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에 이 증거가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법원도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만큼 특검이 확보한 물증의 객관성이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22일 특검 관계자는 "특검은 이번 삼성 뇌물죄 조사 과정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라는 객관적 물증을 확보했다"며 "뇌물죄의 범죄동기가 되는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정황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대주주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씨 등과 '대가성 거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두 회사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라는 조건아래 성립된다. 특검이 객관적 물증을 통해 합병과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을 입증해야하는 이유다.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증거가 민사재판에서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데 주주들이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은 삼성물산 주가 가치 하락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정도다. 이 부회장 등에 괘씸죄를 적용한다면 상법상의 대표이사나 임원의 책임 묻는 소송도 함께 할 수 있다. 다만 지난 19일 법원이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 등을 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에 특검의 물증이 경영권 승계 정황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천일의 노영희 변호사는 "특검의 물증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명확한 증거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비율을 일부러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이 증명되야 한다"며 "법원이 이에 대해 까다롭게 평가하진 않겠지만 통상적인 비율, 편법경영승계 등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입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측 변호인단과 법무팀은 해당 합병이 경영 효율화를 위함이며 경영권 승계와 무관함을 주장해오고 있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한 인수합병(M&A)를 감행하지 않는다"며 "몇 차례 고심한 끝에 결정된 합병을 3세 승계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삼성물산만 보면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수 조원의 이익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