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미르·K스포츠재단의 통폐합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사이의 통화 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두 사람이 통화한 시기는 지난해 10월 13일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9월 말 두 재단을 해산하고 신규 통합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후다.
통화 내용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전 이사장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의 효율적 운영과 야당의 문제 제기 때문에 양 재단을 해산하고 통폐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여기에) 협조하고 통합 후 안정되면 정 이사장 등 다른 직원의 고용도 승계할 것"이라며 "이런 내용은 대통령에게도 보고해 진행하고 있고, 대통령도 최 여사(최순실)에게 말해둘것으로 생각한다"고 구체적인 통합 후 대책까지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최 여사와 협의 하에 전경련 측에 K스포츠재단 존속 의견을 냈는데도 거절당해 서운하다"면서 "하지만 통폐합 재단에서 직원 고용을 승계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검찰측은 해당 통화내역을 근거로 "안종범과 최순실이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 해산의 전 과정을 주도하면서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며 사실상 장악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감사와 최씨 사이의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정씨는 최씨에게 "명함은 오늘 아침 현판식 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에 급히 주문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최씨는 정씨의 보고에 "현판식 전에 '엄 주임'에게 몇 장 주세요. 혹시 명함 다 하셨나요?"라고 답했다. 어떤 직분도 갖고 있지 않은 최씨가 감사인 정씨 등에게 지시를 한 것이다.
검찰은 "정현식은 최씨를 '최 회장'으로 저장해두고, 현판의 명함 파는 것도 일일이 보고했다"며 "최씨의 재단 장악이 확인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