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삼성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일 오전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소환 조사한다.
김진수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특검은 국민연금공단과 청와대에 이어 삼성 수뇌부까지 겨냥하면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규명 수사범위를 좁혀가고 있다. 삼성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혐의가 일부 드러난다면 남은 건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뿐이다.
8일 특검 관계자는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9일 오전 10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통보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참고인 신분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 내용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이 '대가성'을 바란 뇌물인지, 이에 앞서 삼성측에 지원을 요구한 '부정한 청탁' 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는 대가로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등 대가성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측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기획·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했다. 최씨 소유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와도 220억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으며 이중 35억원을 송금했다. 또 사실상 최씨가 장악한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국내 기업 중 최고 액수인 204억원을 후원했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의 이재용 부회장 독대 당시, 박 대통령이 이들 재단 모금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은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청와대-국민연금-삼성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소환되는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모두 삼성의 '컨트롤 타워' 미래전략실 소속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비선실세' 최씨에게 금전 지원 실무를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최순실-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제3자 뇌물죄' 입증에 있어 핵심적인 인물이다.
이에 대해 한 삼성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다만 특검 조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첫 현직 청와대 비서관인 김진수 전 비서관이 피의자로 입건되며 청와대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특검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특검팀은 김 전 비서관을 조사하는 중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 피의자로 입건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측에 두 회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문 전 장관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