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등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손진영기자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측과 국회측이 재판 절차를 두고 극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이번 재판은 죄의 증거를 찾는 형사재판과 유사하기 때문에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의 효력을 제한하는 '전문증거 배제 원칙'이나 '무죄추정의 원칙' 등 형사소송의 원칙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이기 때문에 형사소송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재판은 '여론재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성을 갖고 있다. 헌법현상을 정치현상으로 보는 것이 우리법학의 다수설이다.
다만 헌재측은 "여론재판이 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 선입견 없는 공정한 진행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측이 요청한 '무죄추정의 원칙'은 받아들였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진 피고의 혐의에 대해 무죄로 본다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다.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지만 형사소송은 아니다"며 "법원의 형사재판과 이 사건을 혼동해 변론의 쟁점이 흐려지지 않게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에 국회 소추위원 대리안단 황정근 변호사는 "이 사건은 형사재판이 아니며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헌법재판이므로 일시적이 아니라 총체적,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지 개개 탄핵소추 사유에 천착해 유무죄를 하나하나 가리고 형량을 정하는 형사소송 절차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과 국회의 이 같은 대립은 재판절차에 따라 재판시간과 판결이 극명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증거 배제의 법칙과 엄격한 적법절차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등 형사재판 절차에 따라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 심판일은 예상외로 길어지게 된다.
전문증거 법칙이란 참고인 진술조서나 증언 등의 전문증거는(傳聞證據·체험자의 직접 진술이 아닌 간접증거) 증거로서 가치가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실제 국내에서는 증인의 진술 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법칙이 적용되면 검찰은 헌재에 제출한 '최순실 게이트' 수사자료 등 각종 증거들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들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 각각의 증거를 입증하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형사재판 절차의 또 다른 이점은 대통령측에게 불리한 여론을 배제한 판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절차와 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헌법의 정치성을 상당 부분 배제시킬 수 있게 된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동시에 신속한 심판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변론 증인으로 출석한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이 기본적인 화장과 머리 손질을 한 채 오전 내내 청와대 관저집무실에 머물렀다는 증언을 했다. 이와 함께 세월호 사태 오전에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안봉근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 관저에서 만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뉴스 시청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