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가고 새해가 밝았다. 정부에 대한 상실감으로 마무리됐던 지난해지만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마음에 새로운 소망을 품고 신년을 맞는다.
상실감이 큰 만큼 정부가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는 소망과 함께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운 현실을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각 업계는 침체된 경기를 걱정하며 올해는 전환의 시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농민들은 원가도 못 뽑는 상황에서 AI사태까지 겹쳐 한숨만 늘어간다. 청년들은 근로개선은 생각도 못하고 지속적인 일자리라도 구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벼농사를 짓는 조동숙씨는 "벼를 키워도 일당은 고사하고 원가도 안 나온다. 벼농사를 크게 짓는 대농이면 정부수매라도 받지만 우리같이 소규모 농사를 짓는 사람은 정부수매도 힘든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지인들은 자기 배를 채우는데도 우리 농민들의 배 굶는 소리는 청와대에 닿지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정부가 농협과 함께 추진 중인 '로컬푸드' 정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쏟아냈다. 조씨는 "로컬푸드 정책은 정말 맘에 든다. 그거 하나보고 희망을 가진다"며 "우리가 키운 싱싱하고 좋은 농산물을 중간 업체 없이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내가 고생하고 키운 만큼 수입농산물이 들어온다 해도 자신감 있다. 이 제도가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현 정책에 대해 호평을 했다. 건설업 종사자인 임도영씨는 "최근 정부가 중소 건설업체들에게 일을 분배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과점업체이기 때문에 좋을 것 없지만 대한민국 건설업에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작든 크든 실력만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답변했다.
임씨는 "새해에는 침체돼가는 건설업 경기가 회복되길 소망한다. 계속해서 발주가 줄어가고 있다.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 여러 곳에 개선점이 필요하다. 국민의 세금을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만 하면 기업도 살고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고 새해 소망을 말했다.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외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인 김병문씨는 "대한민국의 구조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이 돈을 더 버는 구조"라며 "어느 때보다 IT업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그만큼 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고강도의 업무 대비 적은 임금 노동환경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해외나 대기업에만 몰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돈 많이 받고 퇴직걱정 없는 그런 곳에만 몰리다 보니 미래 먹거리 사업인 'IT'도 대기업 독주시대가 오고 있다"며 "정부가 쉬운 해고만 말하기 보다는 열심히 일한 노동자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유통업계는 새해에는 활기찬 소비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아이파크몰에 근무하는 염창선 과장은 "나라가 뒤숭숭하니 소비도 침체됐다. 유통업이 침체되다 보니 관련된 생산자들 역시 힘든 한해였다"며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돼 국민들이 소비하고 싶은 분위기가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나라가 어두우니 소비자부터 기업까지 모두가 어두워진 것 같다"고 기대의 말을 내뱉었다.
자영업자 장혁진씨는 "지난해는 자영자들의 소득이 줄어든 시기였다. 나라가 어려우니 장사도 안 된다. 더욱이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과잉경쟁에 대한 법적 규제도 없다"며 "서민들끼리 죽고 죽이는데 뭔가 정부의 정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들어올 새 정부는 우리 자영업자의 현실을 알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하나같이 안정된 직장을 꿈꿨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취업을 준비 중인 안형석씨는 "지금은 근로 환경보다는 일단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다. 공무원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와 같다"며 "우리들의 눈이 높아서 직장을 못 구하는ㅍ 게 아니다. 비정규직, 계약직이 아닌 안정적인 정규직을 구하다 보니 취업준비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김세희씨도 "하루하루가 힘든 취준생들은 최순실이든 뭐든 나라 걱정보다는 올해 상반기 기업 공채에 더 집중하게 된다"며 "삶이 불안하다 보니 정치든 뭐든 무관심하다. 올해는 꼭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인 문기수씨는 "장애물만 넘쳐난다. 직장을 구한다해도 살아남기가 힘들다고 취업한 친구들이 말한다"며 "그저 월급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고 싶을 뿐이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에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너무 많은 리스크를 요구한다. 청년이 안정되고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오길 소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