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매트리스 시장을 놓고 생활가전사와 가구회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관련 사업을 본격 시작한 청호나이스의 '매트리스 관리 전문가(PCC)'가 청소를 하고 있다./청호나이스
렌탈을 전문으로하는 생활가전기업들과 전통적인 가구회사들이 침대 매트리스 시장을 놓고 일대 격전을 치르고 있다.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에 특화한 가전사들이 기존 시장이 포화됨에 따라 매트리스 렌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가구회사들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가전회사들이 조직화된 방문판매 인력을 가동해 매트리스를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동시에 청소 등 관리까지 더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공략하고, 침대 전문회사와 종합가구회사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1년 11월 당시 매트리스 렌탈 시장에 뛰어든 코웨이는 올해 3·4분기 현재 관리하는 계정만 약 30만9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31만개 가까운 매트리스가 팔려나간 셈이다.
매트리스를 정수기 등과 같이 렌탈상품으로 처음 취급하기 시작한 코웨이는 현재 매트리스 9종, 침대 프레임 9종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특히 매트리스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 케어서비스를 담당하는 인력만 94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코웨이가 매트리스 사업을 통해 거둔 매출은 총 1163억원(일시불 104억원 포함)에 달한다.
이는 침대시장에서 에이스침대에 이어 2위권인 시몬스의 지난해 매출 1418억원을 바짝 추격하는 수준이다. 1위인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19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웨이는 올해 3분기까지만해도 지난해 실적을 훌쩍 넘는 1264억원을 매트리스에서 거뒀다. 생활가전으로 성장한 코웨이가 영역을 넓혀 전통 침대회사들까지 위협하며 업계 3위 자리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비단 코웨이 뿐만 아니다. 밥솥 회사로 잘 알려진 쿠쿠전자도 지난 7월부터 이탈리아 침대 브랜드 '팔로모'와 협약을 맺고 매트리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쿠전자는 2010년부터 정수기 렌탈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정수기 부문만 놓고보면 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하지만 정수기 렌탈에 이어 올해 또다시 매트리스까지 손을 뻗치면서 업계 선두인 코웨이의 사업을 흉내내는 '따라쟁이'라는 오명도 덩달아 붙었다.
쿠쿠전자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정수기, 매트리스 렌탈 등을 통해 1716억원 가량의 매출을 거뒀다.
청호나이스도 올해 1월부터 PCC(Professional Care&Cleaning) 사업본부를 꾸리고 매트리스 렌탈·관리 등 홈케어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일시불을 포함한 매트리스 판매대수는 현재 1만개 미만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청호나이스의 경우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의 판매를 담당했던 탄탄한 방문판매조직을 갖추고 있어 매트리스 실적 증가세는 시간문제다.
생활가전업계 관계자는 "정수기, 비데 등이 포화상태이고 생활가전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보니 (개별사가)매트리스 등으로까지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렌탈회사들마다 기존 판매조직을 갖추고 있어 제품을 추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시장 공략에도 효과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매트리스 시장을 놓고 기존 가구업계도 눈뜨고 당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침대의 경우 머리 위쪽인 헤드와 매트리스를 받치는 파운데이션이 합쳐진 프레임은 반영구적인데 비해 매트리스는 수명이 6~7년 정도여서 침대를 출시하고 있는 회사들로서도 '캐시카우'이기 때문이다.
침대업계 1위인 에이스침대도 매트리스가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구업계 복수의 관계자는 "침대시장은 연간 8000억~1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매트리스가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면서 "최근엔 침대 프레임 중에서도 파운데이션만 바꾸기도 하는 등 프레임 전체 교체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매트리스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이를 선점하려는 회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가구업계 1위인 한샘도 한때 매트리스 렌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판매와 케어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현재 20여 종의 매트리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월 평균 판매량은 약 1만개에 달한다.
사무용 가구에서 시작해 종합 가구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는 퍼시스도 최근 폼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슬로우(slou)'를 론칭하고 시장에 가세했다.
생활가전사들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종합 가구사들은 노하우를 통한 확장으로 각각 매트리스 시장을 넘보고 있는 가운데 침대 전문회사들은 브랜드 파워로 수성을 위해 전념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