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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민의 탕탕평평] (34) 최순실 국조특위의 '진짜 임무'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우리가 버스에 타고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거나 운전을 지속할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다. 승객들은 아우성을 치고, 자칫하면 모두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누구라도 운전대를 대신 쥐어야 하지 않을까. 소리만 지르고 그 안에 있는 승객들끼리 이 상황의 원인을 따지며 원망하고 다투기에는 위급한 상황이다. 여기서 운전사가 왜 의식을 잃었는지를 승객들이 따질 상황은 아니다. 전날 과음을 했는지, 지병이 있는지, 단순 졸음인지 이런 이유들은 버스가 안전하게 정차했을 때 따져보는 것이 정답이 아니겠나.

작금의 대한민국이 이런 상황이다.

대통령이 사이비종교에 빠져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은 것인지, 태블릿 PC가 고영태의 것인지 아닌지, 우병우가 최순실의 도움을 받아 그런 자리에 오르고 최순실을 비호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해야 하는 최우선 순위는 구속된 최순실을 어떻게든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세우는 동시에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는 최순실의 재산을 몰수해서 국고로 환수하는 일이다. 지금 이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이 있겠는가. 최우선 순위의 것을 외면한 채 부수적인 것들에만 집착해서 대체 무엇을 수습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현재 진행 중인 국조특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한두 명의 위원을 제외하고는 대체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있는지 자체를 특위 위원들조차 망각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새누리당의 특위 위원들은 그 자리에 절대로 앉아서는 안 될 사람들처럼 보인다. 자신들에게 불거지는 의혹들을 해명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한심한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떤 위원은 그 자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에게 "아직도 최순실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백번을 양보해서 그 위원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해도 필자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필자의 이해력이 부족해서라면 할 말은 없다.

구속 중인 최순실의 재산을 모조리 다 찾아내 몰수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리고 최순실과 정유라와 그 주변인들에게 압박수위를 높이면 된다. 지금 국조특위에서 해야 할 일은 이미 구속 중인 최순실을 증인으로 특위를 하는 것과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국가와 국민을 기만하며 부조리하게 축적된 재산을 몰수하는 일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의 본질이자 부수적인 모든 문제들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것을 필자도 알고 국민들도 아는데,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이 상황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자신들의 진로와 권력의 유지에만 급급해하는 정치권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의 여러 가지 감정이 생기곤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우선인지 그들은 그냥 무념무상(無念無想)이다.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정치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을 다 갖춘 정치인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에 대한 측은지심이 없다면, 그것은 권력욕에 지나치지 않는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벌어진 작금의 대한민국 사태가 바로 이런 전형적인 경우다.

국민에게만 국민의 의무를 강요하지 말라. 국민은 국가가 부여하는 의무를 말 그대로 이행해야 하지만, 우리 국민이 국민의 의무를 다 했을 때는 "국가가 의무고, 국민이 권력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국가와 정치권이 의무고, 국민의 목소리가 권리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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