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1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기소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씨는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재판의 쟁점,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자리기 때문에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재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최씨는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새벽까지 많은 취조를 받았다. 이제 (재판에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며 과거 "국민여러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건데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 더블루K의 연구용역 사기미수에 연류됐다는 것도 전부 부인했다.
특히 최씨측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사건의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현재 해당 태블릿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된 정 전 비서관 사건의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된 상태다. 이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과 안 전 수석의 업무용 수첩도 감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증거신청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 역시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 부인했다. 변호인은 "대통령 얘기를 듣고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전달하는 차원에서 말했을 뿐"이라며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정윤회씨 부인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혐의를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 검찰에서도 자백하는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연설물 유출 등 청와대 문서 유출에 대해서도 "대체로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공판준비기일도 뒤이어 열렸다. 차씨 측은 차씨가 운영한 아프리카픽쳐스 회사 자금 횡령만 인정하고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송 전 원장 역시 검찰의 기소 내용 전부를 부인했다.
검찰과 피의자들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재판부는변호인들의 기록 검토를 마치지 못해 오는 29일 시차를 두고 다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날은 김종 전 문화체육과광부 차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