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해운사로서 39년간 한국 해운업을 이끌어오며 세계 7위로 발돋움한 한진해운이 정식 회생절차를 밟지 못한 채 끝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에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기준일 현재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는 1조7900여억원으로 산정됐다. 존속가치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한진해운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해 가치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미주·아시아 노선 등 핵심 영업을 양도함으로써 계속 영업할 기반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한진해운을 청산하는 경우가 계속 기업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중간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의 계속기업가치는 8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 바 있다. 물론 이 때도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왔다.
다만 법원은 현재 진행 중인 회생 절차를 당장 중단하지 않고 주요자산의 매각을 계속 추진한다는계획이다. 자산 매각이 마무리되는 대로 회생 절차를 폐지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은 빌려쓰던 선박의 90% 이상을 이미 반납·처분했고, 상당수 인력이 내년 1월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대한해운으로 흡수된다. 주요 자산인 미주·아시아 노선은 대한해운에 매각됐다. 삼라마이더스그룹으로 고용이 승계되지 않은 직원들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진해운의 알짜배기 자산으로 알려진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은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MSC와 구체적인 매각 조건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끝내 청산 수순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우리나라 해운업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한진해운 대신 살아남은 현대상선은 2M 해운동맹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라는 모호한 지위를 얻으며 사실상 가입에 실패했다.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 회원인 한진해운은 청산으로 사라지고, 남은 현대상선은 해운동맹 가입에 실패하면서 우리나라 해운사 가운데 글로벌 해운동맹에 가입한 곳은 한 곳도 없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이 되자 해운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해운산업을 제대로 모르는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산업 전반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금융의 잣대로 산업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39년간 '무역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기업으로 세계의 바다를 누빈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라는 위상을 지녔었다. 그러나 글로벌 해운 업황이 악화일로에 들어서며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지난 8월31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지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법원에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