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수사가 많은 '숙제'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지난 10월 2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차은택 광고감독,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을 줄줄이 구속·기소하며 속도감 있는 수사를 보였다.
수사를 마친 11일에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각각 법원에 기소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정하고 청와대에 직접 대면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긴 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사건을 넘기게 됐다. 특수본이 구성되기 전 수사초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각종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피의자로 지정된 상황에서 가장 측근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 전 수석 등에 대해서는 최대 직권남용 수준의 혐의가 적용됐거나 수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했다는 평도 받았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제3자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해 놓고도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 다소 아쉬운 대목으로 평가된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입학 의혹 등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다만 검찰이 2개월이 넘는 수사기간 동안 확보한 증거와 정황이 더 큰 수사권한을 가진 특검에 넘어간 만큼 의혹 규명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특검팀에 넘긴 수사자료는 1t트럭 한 대 분량에 달한다.
특히 수사 종료를 밝힌 이날 검찰은 최씨의 태블릿PC를 포함한 논란이 됐던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취파일 등 여러 핵심 증거에 대해 언급했다.
우선 검찰은 JTBC를 통해 최씨가 청와대 문건을 전달 받았다고 보도된 태블릿PC에 대해 최씨가 사용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해당 태블릿이 최씨의 이동과 동선이 겹치며 최씨가 독일에서 이를 이용해 메시지를 보낸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총 50건의 정부 관련 문서가 태블릿에서 발견됐으며 검찰은 중 3건을 기밀로 결론지었다. 이를 근거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책임을 물수도 있다.
또 최씨가 청와대 행정관 차량을 이용해 청와대를 10회 이상 출입한 정황도 포착했다. 연설문 등의 수정만 요청했다는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최씨가 청와대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논란이 됐던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취파일 236개도 복구해 특검에 넘겼다. 해당 녹취파일 중에는 박 대통령, 최순실, 정 전 비서관의 '3자 대화'도 11개가 있어 대통령 혐의 입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17권에서도 대통령(VIP)의 지시가 세세하게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수첩의 내용을 근거로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함께 김 전 실장, 우 전 수석의 추가수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해당 증거를 토대로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이 다소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특검은 "원점에서 다시 하겠다"며 박 대통령 혐의 입증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결국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는 특검 수사 결과를 근거로 내려지게 됐다. 우병우 황제 조사, 검찰 청와대 간 시나리오 등 그 동안 검찰 수사에 대해 수많은 비난과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 특수본은 검찰 역량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특검의 수사결과가 검찰의 예상을 넘어선다면 결국 이번 수사가 정권에 무릎꿇은 '보여주기식' 수사였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