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제시한 '29일까지의 대면조사' 요청을 거부했다. 사실상 특검 도입 전 검찰의 대통령 조사는 무산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인 최순실(60·구속기소)의 변호인도 각종 의혹에 대해 강한 반발 의사를 비췄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28일 오후 3시 30분께 법조 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검찰이 요청한 29일 대면조사에는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검찰 조사 '적극 순응'을 완전히 철회한 것이다. 결국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12월 출범 예정인 특검에서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께서는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 방안 마련 및 내일까지 추천될 특검 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며 "변호인으로서는 어제 검찰이 기소한 차은택씨,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도 감안해야 한다"고 거부 사유를 밝혔다.
최순실씨의 변호인도 전일 차은택씨의 변호인이 밝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면담 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최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의 이경재 변화는 이날 오후 서초구 정곡빌딩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씨 변호인이) 무슨 의도로 차씨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차씨의 변호인은 전일 차은택씨가 최씨의 소개로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그럼 자기가 그것을 말만 하지 말고입증을 해야 한다"며 " 김 전 실장도 대통령이 만나라 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변호인이) 자꾸 의혹을 확산시키고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 건이 재판에 올라갔으니 법정에서 가려내고 그러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차씨에게 "모두 안고 가라"며 꼬리자르기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 재판을 삼류소설 같이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잡범들끼리 책임 떠넘기는 그런 수준이 돼서는 되겠냐"고 지적했다.
최씨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와 골프를 치며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의혹을 자꾸 만들어내지 말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이 밝히는 것이고 검찰이 말하지 않은 것은 나도 알 수가 없다"며 "수사 내용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의혹에 대해 "그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 동안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에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유출 내용이나 최씨를 '최 선생님'이라고 높여 부르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이 때문에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이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가장 중요한 증거 중 하나로 언급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