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역대 최대 규모의 민중총궐기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경찰은 약 26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정했으나 주최 측은 100만명의 시민이라고 말한다. 대충 봐도 26만은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광화문광장을 찾은 기자는 다양한 시위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과거 시민단체, 노동조합, 사회단체 등을 주축으로 한 과격시위에서 이제는 시위가 하나의 축제로 보였다. 광장 중앙에 있는 무대에서는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졌으며 다양한 운동가들이 현 대한민국의 문제를 지적했다.
화염병이나 살수차 없이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모인 무리들이 무대를 향해 소리를 치고 박수를 갈채를 보냈다. 곳곳에서 중·고등학생 무리도 자주 보였다. 아직 투표권은 없지만 한 사람의 대한민국 시민으로써 광장을 찾아 환호하고 있었다.
오후 11시께 시위 참가자들 중 다수가 해산을 시작했다. 통제된 차량으로 인해 장거리를 보도로 이동해야 했던 이들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 남자아이를 끌어안고 한손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딸의 손을 잡은 한 시민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싶었다"며 "시위가 없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의 주인이 자신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산하던 시민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쓰레기를 주워 한쪽에 모으기 시작했다. 골목 여기저기에서는 어른들과 청년들이 장벽 없이 토론을 펼치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자동 로터리에서는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었다. 이들의 입에서는 "밀지마세요", "조심하세요. 사람다쳐요" 등의 말이 나왔다. 폭력이 없는 대립이었다.
시위 현장 전반을 둘러본 기자는 이 모습을 보고 있을 대통령의 마음을 생각해봤다. 무기도 없고, 폭력도 없지만 가장 무서운 장면일 것이다. 오히려 과격시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라고 추측해봤다. 수 많은 권력자들이 이 모습을 보고 국민을 두려워 할 것이라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하며 '이민'만이 답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분명 대한민국을 조금씩 변화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