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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 수정되거나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인과 핵심 측근들이 대선이 끝난 지 며칠도 안 돼 주요 공약에서 후퇴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조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멕시코 부담으로 이민 장벽 짓기',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 폐지', '무슬림 입국 금지' 등 그가 강하게 주장했던 공약에서 뒤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또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약속한 '중국산 제품 45% 관세 부과' 공약도 수정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대선 기간 보험료가 많이 올랐다는 점을 들어 오바마케어를 '최악의 정책'이라고 비난한 바. 이를 유지하면 10년간 5천150억 달러의 예산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폐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대선 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케어의 일부는 보존하고 싶다며 폐기보다는 수정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이민을 막고 마약 반입을 차단할 목적의 '멕시코 장벽 설치' 공약 역시 현실화될지 미지수다. 트럼프는 앞서 멕시코 부담의 이민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측근들 입에서는 이와는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문역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멕시코 정부가 그 비용을 대도록 하는 데는 매우 많은 시간을 쏟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당연히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장벽 건설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했던 '향후 10년간 1조 달러(약 1천167조 원) 인프라 투자' 공약도 공화당 내에서 문젯거리로 떠올랐다. "도시 내부를 뜯어고쳐 고속도로와 교량, 터널, 공항, 학교, 병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 인프라 재건을 통해 수백만 명의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공화당 내에서는 무관심한 입장인 것이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 계열 '헤리티지 행동'의 댄 홀러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공화당은 정부의 인프라 지출이 경제를 자극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 지출과 이를 위한 세제 개편 등에 공화당이 나서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국제 무역에 관한 정책 방향 역시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을 일삼는 중국에 대해 45% 수준의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말했지만, 트럼프와 취임 100일 계획을 함께 논의 중인 윌버 로스 고문은 전날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45% 관세를 부과한다는 주장은 와전된 것"이라라고 해명했다. 로스 고문은 "중국 위안화가 45% 수준으로 과대평가됐다고 드러났음에도 중국이 우리와 협상을 하려 하지 않을 경우 45% 관세가 그들을 위협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은 사실상 폐기됐고,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도 취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여 차기 정부의 '오바마 지우기'는 가속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