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까지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췄다. 그 동안 대통령 수사에 대해 극도의 조심성을 보인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또 국내 재계 1위 삼성까지도 수사망을 넓혔다.
◆"대통령 자청 땐 수사 가능"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3일 국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도 엄중한 상황임을 충분히 알 것으로 저희도 수사 진행결과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수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해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학계의 다수설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할 때는 제한 없이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이날 김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대통령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진행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의 조사가 마무리된 후,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한다면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 수사를 박 대통령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서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수사도 포함되느냐는 데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수사 대상도 되지 않는 게 다수설"이라며 대통령 조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소추'라 함은 검사가 공소제기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검찰은 2일 자정께 안 전 수석을 긴급 체포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공소제기 등의 소추는 헌법상 불가능하지만 조사자체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의 조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직접지시와 관련된 어떠한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겠냐"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사실 청와대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을 빼놓고는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 안 전 수석 독단으로 이 같은 일을 했을리도 없을뿐더러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수정을 부탁했다고 인정한 만큼 결국 이번 의혹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 중 한명이 박 대통령이다.
한편 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씨는 이날 오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이르면 3일 중에 구속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1위 삼성도 수사대상에
특별수사본부는 같은 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김모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김 전무는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실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전자(60억원), 삼성생명(55억원), 삼성화재(54억원), 삼성물산(15억원), 에스원(10억원), 제일기획(10억원) 등 계열사를 통해 총 204억원을 출연했다. 출연 기업 53개중 가장 많은 액수다.
수사본부는 김 전무를 상대로 재단 기금 모금 참여 과정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의 청와대 개입이 있었는지를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앞서 두 재단으로부터 기존 출연금 외에 70~80억원대의 추가 지원을 요청받은 롯데와 SK를 조사했었다. 당시 롯데측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영향력을 행사에 강제로 돈을 뜯어내려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삼성은 거액의 출연금 외에 최씨와 딸 정유라에게 재단을 거치지 않고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있다.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전 비덱스포츠)에 승마 선수 전지훈련비 명목 등으로 280만달러(한화 약 35억원)을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삼성이 코레스포츠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최씨에게 넘어간 돈은 정씨의 말 구입과 전지훈련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스포츠는 최씨 모녀가 100%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며 지난해 11월 삼성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변경했다.
수사본부는 코레스포츠 등을 통해 지원된 35억원의 지원금 가운데 말 구입비 등을 제외하고 일부가 최씨 모녀의 부동산 구입 등으로 유용됐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