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개명)씨가 31일 오후 11시 57분께 긴급체포된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등에 관여했다고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검찰에 소환된다.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 수사가 본격화 되는 것이다.
1일 검찰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는 2일 오후 2시 안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일명 '왕수석'으로 통했던 안 전 수석은 대기업들이 내놓은 거액의 기금으로 설립된 미르·K스포츠 재단이 청와대와 연관돼 있으며 기업들에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인물이다.
안 전 수석의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직접 연관됐다고 볼 수도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앞서 재단과 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기업 관계자 등을 잇달아 소환해 설립과 모금 과정을 추궁했었다. 대기업 중에서는 롯데와 SK그룹 측 관계자가 참고인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하고 다시 추가 출연을 요청받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에 내놨다가 돌려받았다.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수석과 최씨의 지시를 받아 SK에 8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었다.
특별수사본부는 안 전 수석의 소환에 앞서 지난달 29일 안 전 수석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각종 자료와 휴대전화, 이메일 등을 확보했었다. 검찰은 확보도된 자료를 토대로 안 전 수석에게 의혹 전반을 캐물을 계획이다.
이번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씨에게는 2일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에 대해)조사할 것이 많다. 내일 중에 영장을 청구해야 할 것 같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주된 혐의가 무엇인지 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임·횡령,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조세포탈 등 10여개 이상의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최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상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우선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사항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예정이다. 현재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에서 주로 조사하고 있으며 '대통령 연설문 유출'등 이 의혹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가 담당했다.
최씨는 검찰 조사 도중 심하지 않은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을죄를 지었다"는 사죄의 말과는 반대로 대부분의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한편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최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에 깊게 관련된 차은택씨도 곧 중국에서 귀국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