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안을 두고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던 현대자동차 노사가 12일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2차 잠정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14일 진행하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돼 파업이 지속된 것처럼 안심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해 현장노동자들이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대차 노사는 12일 27차 본교섭에서 임금협상에 극적 합의하면서 2차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50일 만이다.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가 현대차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한다고 알린 이후 2주 만에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에 합의하면서 일단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급한 불은 끈 셈이다.
정부는 파업이 지속될 경우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며 노사 양측을 압박했다. 특히 노조에 대한 압박카드라는 점에서 노조도 교섭 자체를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 여론 역시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노사를 압박했다.
노사 양측은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회를 거듭하며 협상을 이어간 끝에 지난 12일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노사 양측은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파업 장기화로 인한 손실 누적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흐를 것이라는 위기감이 이번 합의안 도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 합의는 더욱 절실했다. 현대차는 노조 파업과 해외 신흥시장 장기침체 등의 여파로 현재 판매 부진의 수렁에 빠져있다.
현대차는 1998년 이후 18년 만에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깊은 부진에 빠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악순환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특히 현대차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영업이익률도 5년 새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11일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5.3% 줄어든 1조1232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에 2조537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2차 잠정합안에 대해 현장노동조직들은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소통과 연대'라는 노동조직은 13일 '조합원만 피멍든 투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투쟁구호만 요란했던 올해 임금협상은 빈 깡통만 남았다"며 "역대 최다 파업에 돌아온 건 역대 최대 임금손실뿐"이라고 꼬집었다.
'현민투'(현장중심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는 '1차 잠정합의안과 뭐가 다른가'라는 글에서 "1차 합의 내용과 다를 바 없어 조합원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노조가) 1차 합의 이후 추석을 넘기며 48일 동안 전면파업을 비롯한 투쟁을 펼치며 큰 소리친 것에 비하면 결과가 형편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업까지 하면서 얻은 결과는 누가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다"며 "싸움에는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하는데 막무가내식 투쟁만 일삼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장노동자'는 '조합원 자존심이 짓밟혔다'는 제목에서 "노사가 함께 조합원을 배신했다"며 "교섭 전략도, 투쟁 전술도 무기력했고, 무능함만 보여준 협상이었다. 민주노조 집행부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2차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7만2000원 인상(기존 개인연금 1만원 기본급 전환 포함), 성과급과 격려금 350% + 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이다. 1차 잠정합의안이었던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에 비해 기본급 1만4000원 인상과 전통시장 상품권 30만원이 포함됐다.
사측은 파업 장기화로 누적 손실만 14만2000여대(금액 환산 기준 3조1000여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14일 실시 예정이다. 조합원이 이번 2차 잠정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져 지루한 파업이 종결될지 14일에 모든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만약 2차 합의안 마저 부결되면 향후 교섭과 노사관계는 안갯속에 빠지게 된다.
◆현대차 노사, 2016 임금협상 일지
▲ 5월 17일 = 상견례
▲ 5월 24일 = 1차 교섭 경영설명회
▲ 7월 5일 = 노조, 임협 결렬 선언
▲ 7월 13일 =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재적대비 76.54% 찬성
▲ 7월 19일 = 1차 부분파업(1,2조 각 2시간)
▲ 7월 22일 = 4차 부분파업(1조 6시간, 2조 전면파업)
▲ 8월 16일 = 회사, 17차 교섭에서 임금 1만4천400원 인상, 성과급 250% + 250만원 지급 제시
▲ 8월 18일 = 회사, 18차 교섭에서 만 59세 10%, 만 60세 10% 임금 각각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확대안 제시
▲ 8월 19일 = 11차 부분파업(1,2조 4시간씩)
▲ 8월 23일 = 19차 교섭에서 성과급 300% + 300만원 지급안 수정 제시
▲ 8월 24일 = 20차 교섭에서 잠정합의
▲ 8월 26일 =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8.05%로 부결
▲ 9월 5일 = 15차 부분파업(1,2조 4시간씩)
▲ 9월 7일 = 23차 교섭에서 노조가 교섭중단 선언
▲ 9월 22일 = 18차 부분파업(1,2조 6시간씩), 회사 생산차질 2조원 넘어
▲ 9월 26일 = 노조, 20차 파업으로 12년 만에 전면파업 돌입
▲ 9월 27일 = 25차 교섭에서 기본급 2천원 올린 7만원 인상안 제시
▲ 9월 28일 = 고용노동부, 현대차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 10월 11일 = 24차례 파업과 12차례 특근거부로 생산차질 규모 첫 3조원 돌파
▲ 10월 12일 = 27차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