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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35)"SK의 백년대계를 위하여"…역삼역, 최태훈의 '스킨 오브 타임'

한국고등교육재단 앞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 /류주항



2호선 역삼역 8번 출구에서 선릉역 방향으로 테헤란로를 따라 200m 가량 내려가면 KFAS 타워(Korea Foundation for Advanced Studies)를 만난다. '인재보국(人材報國)'을 사회공헌의 핵심철학으로 삼은 SK그룹이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만든 한국고등교육재단의 보금자리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앞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 /류주항



그 상징적인 의미에 화답하는 공공조형물이 타워 앞에 자리해 있다. 장학재단을 상징하는 '책'이 탑처럼 쌓인 모습의 작품으로 지난 '아틀라스' 작품편에서 소개한 바 있는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앞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 /류주항



'스킨 오브 타임'은 계단식으로 자유롭게 엇갈려 쌓인 책들이 4미터에 가까운 10개의 층을 이루고 있되, 무게 중심을 잃지 않으려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스테인레스스틸에 강한 공기 압력으로 철을 갈아내고 구멍을 뚫고 용접하는 최태훈 작가만의 독창적인 프라즈마 기법이 사용된 작품이다. 겉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서는 빛이 새어 나가도록 작품 내부에 LED 조명을 설치했는데, 밤에는 차가운 철에서 따뜻한 생명력이 뿜어내는 듯한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해낸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앞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 /류주항



직접 찾아가 만난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2012년 빌딩 완공 당시 건축주에게 직접 의뢰를 받고 오랫동안 구상해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의미를 조화롭게 상징할 모티브를 책에서 찾았다고 한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앞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 /류주항



쌓여진 책에는 제목처럼 몇 가지 글귀가 크게 새겨져 있다. 배움과나눔, 백년대계(百年大計), VIRTUS(탁월함을 의미하는 라틴어), LIBERTAS(자유를 의미하는 라틴어), VERITAS(진리를 의미하는 라틴어), HUMANITAS(박애를 의미하는 라틴어) 등이다. 석학을 길러내고, 영재를 발굴하고자 하는 재단의 지향점을 담은 글귀들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앞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 /류주항



오랜 시간 고되게 두드리고 절단하는 작업인 프라즈마 기법은 오랜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사와 닮아 있다.

작가는 "철에 생명을 불어 넣고 싶었다. 이기적인 편리를 위해 매끈하게 가공된 철의 표면을 긁어 내어 문명 이전의 근원적인 시간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곧 현미경을 통해 바라본 세포의 형태 속에서 일종의 우주를 발견해는 작업과도 같다"며 "책이 단순한 목적성을 넘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사유를 고양시키는 매개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앞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 /류주항



그러면서 "거리의 가구와 같은 기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밑단의 책은 넓게 제작하여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잠시 걸터앉을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시민들이 일상의 삶에서 예술을 접하면서 예술작품을 좀 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앞 최태훈 작가의 '스킨 오브 타임(Skin of Time)' /류주항



작가와 만난 곳은 '철에 남긴 흔적'이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전시장이다. 인터뷰 다음날 끝나는 개인전에서 작가는 '자연'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단단히 응축해낸 철의 견고함이 아닌 가늘게 군집된 철선이 만들어내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인위적 소재인 철의 본연의 차가운 성질까지 포용하는 듯 자연을 닮아있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문체'가 바뀌었다.

개인전 전시회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 중인 최태훈 작가 /류주항



이처럼 인간 존재의 물음, 예술가치에 대한 물음 등 끊임없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며 작품을 진화시켜온 최태훈 작가는 데미안, 니체, 키에르케고르 등 실존주의 관련 책과 철학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스킨 오브 타임'에는 그가 읽어온 책의 향기가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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