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글로벌 대형선사와의 '치킨게임'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했다.
조 회장은 4일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관련해 "한진해운이 글로벌 대형선사들의 치킨게임에서 졌다"며 "해운물류 사태와 그룹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첫 발언으로 이 같이 말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후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법정관리를 막기 위해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한 뒤 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 부채비율을 낮추고 4분기 동안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나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외국 선사들의 저가공세와 물량공세로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대란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던 것"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기업으로서 출혈경쟁에 한계를 느낀다는 설명을 직간접적으로 정부에 했지만 제가 부족해 설득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 억울하냐는 질문에는 "억울하기보다는 정책결정권자 나름의 기준과 정책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에 기부한 사재 400억원과 관련해 "정확하진 않지만 제 재산의 20%가량일 것"이라며 "경영 관련 책임을 느꼈고, 하선을 하지 못하는 선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서 냈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추가 사재 출연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이와 관련한 내용은 발언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글로벌 대형선사들의 치킨게임에서 졌다고 언급하면서 "한진해운의 공백을 틈타 대형선사들이 고가로 들어오면 한국 해운업에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진해운의 인적 네트워크, 영업망 등이 현대상선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전문성은 없지만 무형자산을 다른 업체가 공유한다고 해서 다 보존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이른 시일 내 한진해운을 회생시키면 무너진 영업망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을 누가 하든 관계없이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물류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사견"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알짜 자산을 모두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한진해운이 자금이 급한 상황에서 터미널 등을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아 연관산업을 하는 ㈜한진이 사들인 것"이라며 "제3자 평가에 따라 적정 가격으로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