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총수가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 검찰이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검찰의 롯데그룹 경영 비리 수사의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29일 "현재까지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롯데그룹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신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그룹 총수를 구속해 올 6월부터 3개월 넘게 매달려온 롯데 수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검찰의 복안도 빛이 바랬다.
검찰은 법원 판단에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20일 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이후 엿새 만인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가 경제 등 수사 외적인 부분과 영장 기각 가능성까지 포함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나름대로 수사 결과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검찰은 전날 신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주력부대인 특수4부의 조재빈 부장검사를 비롯해 수사검사 4명을 동원하는 등 배수진을 쳤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는 막바지 고비에서 동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검찰은 신 회장을 구속하면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 및 200억원대 '통행세 비자금' 조성, 호텔롯데의 제주·부여리조트 헐값 인수 등 의혹에 신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를 수사할 계획이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0일 소환 조사 때 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의 배임성 자산 이전 등에서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거나 범죄 의도가 없었다면서 주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영장 기각으로 인해 이번 검찰 조사가 '먼지 털기'식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번 수사는 3개월 넘게 계속됐고, 500여 명의 임직원이 소환조사를 받아 경영이 마비될 정도였다. 대표적 전문경영인이었던 이인원 롯데 부회장은 소환 직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방위 수사에도 검찰이 애초 목표로 제시했던 총수 일가 비자금은 찾아내지 못했고, 정·관계 로비 의혹, 인허가 비리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반쪽 수사'라는 지적을 낳았다.
이에 재계는 "경제 활동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기업 수사는 외과 수술식의 신속 정확한 환부 제거가 원칙이다"며 "검찰은 이번 수사가 원칙과 목적에 맞게 제대로 진행됐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막바지 보강 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