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28일)를 앞두고 롯데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그 동안 국내 검찰 수사에 무관심했던 일본 롯데홀딩스도 한국 롯데를 방문하며 사태 파악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있어 신 회장의 175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최대한 소명할 예정이다.
27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 동안 검찰에 꾸준히 소명해 왔지만 검찰측은 의혹에 대한 전액을 기소했다"며 "상당부분 소명이 가능하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우선 검찰은 신 씨 일가가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두고 역할없이 거액의 급여를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가져간 급여는 400억원 수준이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씨와 그의 딸 신유미씨가 100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검찰은 이로 인해 계열사 손해가 발생한 만큼 이를 지시하고 방관한 총수 신동빈 회장이 횡령을 저지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과거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과는 관계없는 영역이라고 반박한다.
둘째는 롯데 계열사인 롯데시네마 내 매점영업권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씨에게 몰아줘 480억원대의 계열사 손해를 끼친 배임혐의다.
롯데 측은 이 부분 역시 신 총괄회장의 지시일 뿐 신동빈 회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매점영업권이 신영자 이사장과 서씨에게 돌아간 것은 신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10년 전이다.
롯데는 신 회장이 회장자리에 오른 후 오히려 독점 영업권을 빼앗았지만 이를 신 회장의 배임액으로 잡았다고 해명했다.
자동출납기(ATM) 제조·공급업체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약 480억원의 배임 행위를 한 혐의에 대해서는 피에스넷이 영업 중이 사업체이며 앞으로 수익이 더 기대되는 기업이기에 유상증자를 했다는 것이 롯데측의 해명이다.
현재 신 회장에게 적용된 배임·횡령 혐의 액수는 약 1750억원으로 위 세 부분이 법원에서 소명된다면 사실상 1000억원 이상의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혐의인 만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며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총수 시기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잔재가 많은 만큼 상당액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께 가와이 가쓰미 일본 롯데홀딩스 상무가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방문했다. 가와이 상무는 한·일 롯데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홍보책임이다. 가와이 상무는 정책본부 홍보실 임직원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즈노 루카 일본 롯데홀딩스 홍보담당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 회장의 구속 관련)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한국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답변을 삼가겠다"고 답했었다.
일본 내에서 기업 오너의 비리는 민감한 만큼 더 이상 무관심으로 일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롯데홀딩스가 직접 방문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경제사범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유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신 회장이 28일 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이 확정된다면 롯데홀딩스도 이에 따른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는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일본 롯데의 2인자이자 신 회장의 오른팔인 쓰쿠다 다카유키 전 롯데홀딩스 대표를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의 경우는 신 회장이 국내 롯데 계열사의 실질적인 최대주주 또는 대주주로 있는 만큼 신 회장의 구속여부와 관계없이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호텔롯데와 부산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호텔롯데 측은 "신 이사장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됨에 사과와 개인적인 사유로 이달 27일 호텔롯데 및 부산롯데호텔의 등기이사직 사임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