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있는 키리바시 국민. 키리바시는 엘리뇨 현상 등으로 인해 오랜 가뭄을 겪고 있다. /윤태현 통신원
남태평양에 위치한 인구 10만의 작은 섬 나라 '키리바시'에 국내 기업과 봉사단체들이 식수 공급 지원을 나섰다.
특히 참치로 유명한 사조그룹은 키리바시 정부와 함께 '식수지원 프로젝트'를 진행, 빠른 시일 내로 해수 담수 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회(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키리바시를 포함한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50년 내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국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연일 과학자들과 기자들이 키리바시로 모여드는 이유다.
키리바시는 아노테 통 전 키리바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관련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2014년에는 인근 섬나라 피지에 약 24㎢의 땅을 매입해 자국 국민들의 이주를 위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키리바시 국민들의 정부를 향한 불평은 여전하다. 당장에 필요한 건 이주를 위한 땅이 아닌 '식수'기 때문이다.
현재 키리바시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 수몰 이전에 엘리뇨에 의한 가뭄과 그에 따른 식수부족이다. 남태평양 대다수 섬들이 산호섬이라는 지질 특성상 식수를 빗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인근 국가인 팔라우,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연방공화국 등은 이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키리바시의 국민들은 정부와 기관들의 관심이 정확하지도 않은 '국가수몰' 문제에만 집중할 뿐 기아로 죽어가는 국민의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외친다.
수도 타라와 섬에 거주하는 테보아 롤린 씨(29·여)는 "최근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안이 일부 침식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기자들의 과장된 보도로 인해 실제 우리 국민들의 삶과 전혀 다른 이미지로 키리바시를 이해하고 있다"며 "그들은 실제로 우리 국민들이 당면하고 있는 가뭄, 식수 부족과 같은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곧 사라질 나라', '기후 난민'과 같은 절망적인 이미지로만 비추고 있다"고 불만을 토했다.
코우라비 네넴 키리바시 부통령이 담수화 장비 지원사업을 위해 한국 업체를 방문했다. /윤태현 통신원
이 같은 현실에 국내 기업과 봉사단체들이 '식수지원 프로젝트'에 나섰다.
12일 키리바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기업인 사조그룹과 식수지원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국내의 청년봉사단체 (사)국제청소년연합도 사조와 함께 식수공급을 위한 담수화 장비 설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리바시 정부도 사조의 지원에 대단히 환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타라케 나타아라 키리바시 내무부 장관은 "국제사회에는 해수면 상승 문제의 심각성은 과장되어 있는 반면 정작 우리 국민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식수부족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목이 말라 아이들이 울고 부모들은 애타게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법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자인 고우라비 네넴 부통령은 "현재 국제청소년연합과 함께 가장 극심한 식수난을 겪고 있는 두 개의 섬에 담수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통신원 = 윤태현(키리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