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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소상공인의 적은 '소상공인'...지나친 출혈경쟁으로 '공멸'위기

PC방 자영업자들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다른 업체의 공격적인 개점에 대해 같은 공격적 개점과 무료 행사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가 PC방' 체인점을 운영하는 김모(가명)씨는 최근 PC방 사장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대적인 선전포고를 했다. 그 상대는 '나 PC방' 체인점 대표였다. 김모씨는 "자신의 체인점 인근에만 새 점포를 잇따라 오픈하는 '나 PC방'를 겨냥해 오늘부터 '나 PC방' 인근에만 새로운 점포를 열겠다"고 했다. 이에 '나 PC방'도 무료 행사로 맞불을 놨다. 이를 지켜보는 PC방 운영 소상공인들은 양쪽 다 망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소상공인들 간에 무리한 경쟁으로 '공멸(共滅)'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존율 20% 미만의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은 소상공인들 간의 과잉경쟁을 막고 상권을 보호하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11일 국세청의 '2015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는 68만604만명에 달한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자영업 창업자수는 949만명이다. 이중 폐업자는 793만명이다. 6명 중 1명만 살아남는 것으로 생존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과도한 상권 경쟁을 중재할 법이 없어 상인들간의 '치킨게임'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아라'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최우석(38·남)씨는 "이장사가 잘된 PC방은 어느 정도 고객 유입률이 입증됐다. 따라서 주변에 새로운 점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며 "하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폐업한다. 서로 무리하게 경쟁하다 손익점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을 맞추면 담합이라고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PC방 창업은 특별한 전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가 경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업종 중 하나다.

그래서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생존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06년 2만986곳에 달하던 PC방 수는 2014년 1만3146곳까지 줄었다. 지난해 말에는 1만2000여곳으로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여기엔 모바일 게임 활성화와 함께 제살깍기식 영역 다툼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에 따르면 PC방의 3년간 생존률은 32%로 가장 낮았고, 당구장이 35%, 휴대전화 매장이 40%로 뒤를 이었다. 이로인해 PC방이 '폐업 1위'라는 불명예을 얻게됐다.

편의점 업계도 치열한 입점 경쟁으로 인해 점주와 본사간 법정 분쟁이 빈번하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해온 안영옥(가명·여)씨는 자신의 점포 250m내에 새로운 세븐일레븐이 들어왔다. 세븐일레븐 가맹 계약 10조 2에 따르면 '회사는 경영주의 점포로부터 250m(도보통행최단거리기준) 내에 신규가맹점 및 직영점을 출점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안 씨는 이를 두고 본사가 계약을 어겼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과도한 편의점 입점으로 서로간의 상권을 침해하기 위한 계약조항에도 소상공인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같은 브랜드 간에만 적용될 뿐 타 브랜드는 바로 옆에 편의점을 열어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실제 안씨 운영했던 세븐일레븐 인근 250m에는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존재하고 있었다.

전라도 광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훈(46·남)씨는 "매일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정부에서 뭐라도 내놔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살자고 장사하며 서로 살겠다고 둘 다 죽는다. 이미 상도덕을 보긴 힘들고 고객 뺏기는 이 바닥에서 기본이다. 남는 것은 망한 점포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과밀화 대책이 시급하다

얼마전 골프존 본사와 점주들이 프랜차이즈 전화를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과밀화가 있었다. 과밀화 원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골프존의 보상책을 요구하는 점주들과 프랜차이즈 전환만으로 상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골프존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당시 골프존 점포(골프존 장비로 영업을 하는 스크린골프 매장)가 이미 5000개 이상으로 늘어 점주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본사가 계속 신규 점포를 열며 상생을 외면한다는 게 점주들의 당시 주장이었다.

점포 5000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편의점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매장이 많기로 유명한 파리바게뜨(약 3400개), 크린토피아(약 2400개), BBQ(약 1600개), 이디야커피(약 1600개)보다도 훨씬 많다. 당연히 시장 포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본사가 신규 출점을 제한하지 않아도 해당 상권에 기존 점포가 있으면 보통 점포를 안 내기 마련이다. 영업권이 겹쳐 기존 점주와 신규 점주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골프존은 끊임없이 신규 출점이 일어났다. 심지어 한 건물에 2개 이상 골프존 점포가 들어서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골프존 점주는 "골프존은 주기적으로 수천만원짜리 장비를 업그레이드한다.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존 점주들은 구형 장비로 그냥 영업을 계속한다. 이때 신형 장비를 갖춘 골프존 점포가 옆에 새로 생기면 고객은 자연히 신규 점포로 몰려간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해 기존 점주는 라운딩 가격을 내리고 신규 점주도 맞불을 놓으면서 점주 간 '치킨게임'이 벌어진다.

좋든 싫든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미래에 자영업을 할 계획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웃과 상생의 길을 찾아라

특히 젊은 창업자들과 정년 이후 창업을 한 이들에게 자영업은 부가 수입이 아닌 생활을 위한 수단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국내 자영업 다수는 30~40대에서 창업해 40~50대에 폐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자영업 창업 이후 3년 이상 생존률은 절반이 채 못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국회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소상공인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제정을 통과시켰다.

유통산업의 발전과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유지한다는 목표로 제정된 이법은 대기업과 소상공인과의 상생만을 규정하고 있다. 소상공인간의 상생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말한다. "우리의 최대의 적은 대기업이 아닌 같은 바로 곁에서 장사하는 이웃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근석(52)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 보다 더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옆 음식점이다. 조금이라도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근처에 같은 업종의 가게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들어선다"며 "공멸하지 않으려면 관련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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