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앞두고 유동성 자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물류대란 불러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이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진해운 책임론'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한진해운 역시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신화에 빠져 향후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 2011년 대한해운과 2013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를 앞두고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진해운 내부에선 법정관리 직전까지 "설마 법정관리까지 가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국가 기간산업체인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수출입 업체가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정부와 채권단이 어떤 식으로든 회사를 살려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확정되면서 한진해운 직원들은 허탈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한진해운이 아무런 준비 없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과거 대한해운과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에는 법정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자금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선박 억류나 입출항 거부에 따른 물류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이런 자금이 전혀 없었다.
지난 8월 한진그룹과 채권단 간의 협상이 답보 상태를 지속하자 산업은행은 법정관리 후속 대책을 마련하자고 한진해운에 제안했다. 당시 한진해운의 상거래채권 미지급액은 7000억원에 육박했다. 부족 자금은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앞두고 유동성 자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물류대란을 불러왔다"며 "운항중인 선박이 붙잡혀 있는 것도 그동안 하역업체들이 제 때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발생한 문제"고 지적했다.
또 아마존, 월마트 등 소매업체들이 추수감사절, 연말연초 쇼핑성수기를 대비해 물량을 확보하는 시점이어서 차질이 길어질 경우 해외 화주들의 줄소송도 우려된다. 이에 대한 보상방안 마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운업체의 경우 해상보험은 물론이고 보유한 선박에 대한 선박보험, 물류 운반 시 일어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적하보험 등의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경우 예외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물이 유실되거나 파손될 경우 보험을 받을 수 있지만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하면서 손을 뗐다는 점에서 보상 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운항 중단된 아시아-미 서남부 노선에 대체선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지만 해외 화주들을 만족시키긴 힘들다는 평가다. 현대상선이 투입되는 노선은 국내 기업의 수출 물량에 대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이용한 물동량은 해외 화주가 80~90%를 차지한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출항을 중단했더라면 선박 억류에 따른 화주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