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해운사 한진해운의 앞날이 점점 어두워 지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최대 1조2000억원의 부족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라고 요구했지만, 한진해운과 대주주인 한진그룹은 여전히 '더는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1일 해운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부족자금 마련 방안을 확정해 채권단에 제시해야 하는 마지노선은 이번주 초까지이다. 조건부 자율협약 종료 시한이 다음달 4일임을 감안해 그전에 용선료협상, 사채권자 집회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물리적으로 22일까지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단은 부족 자금 중 최소 7000억원을 한진그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채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금 여력이 없는 데다 잘못하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4000억원 이상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율협약 종료일이 가까워지고 채권단이 물러설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를 두고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조중훈 창업자 때부터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물류기업을 지향해왔다는 점에서 조 회장이 어떻게든 추가 자금을 마련해 한진해운을 품고 갈 것으로 예상한다.
조 회장이 2014년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최은영 전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이 크게 작용한다면 계열사를 통한 지원 외에 조 회장의 사재 출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당분간 좋지 않다는 점에서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계열사를 활용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금을 추가 투자할 경우 그룹 전체의 경영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살려놔도 당분간 업황이 좋지 않아 속을 썩일 것"이라며 "뼈아픈 일이겠지만 회생 뒤에도 힘든 상황을 계속 겪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는 조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자금 사정에 충분한 여력이 있는데도 지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