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스트리트맵(OSM)과 같은 방식인 '구글 맵 메이커'로 제작된 북한 지역 구글지도는 한국에서 제공되지 않는 길찾기 서비스를 지원한다. /구글
"한국보다 차라리 북한에 대한 지도 정보를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다" "북한·중국보다 더하다" 구글이 한국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규제 항의하며 했던 주장이다.
9일 IT업계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에 대해 "이미 세계 시장에 지배력을 보유한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감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극히 구글 중심적 사고"라고 평가했다. 전일 토론회에서 구글 권범준 프로덕트 매니저가 한 발표에 대한 반발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법을 준수하면서 사업을 하라는 요구에 대해 오픈스트리트맵(OSM) 만이 대안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안이 OSM 밖에 없다 치더라도 이미 구글은 100여개 국가 지도를 그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8일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권범준 매니저는 "한국 지도 데이터가 부족해 자동차 길찾기, 대중교통 길찾기, 도보 길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해야 한국이 혁신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도 언급하며 "이슈가 된 포켓몬 고는 혁신의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해외 업체들은 지도데이터 반출을 금지하는 국내법을 피하기 위해 OSM을 사용한다. OSM은 2005년 설립된 영국의 비영리기구 오픈스트리트맵 재단이 운영하는 참여형 무료 지도 서비스다. 집단 지성 형식으로 지도를 만들기에 누구나 편집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애플도 지도 서비스는 OSM을 활용하고 있다.
각 회사의 서울 청계광장 인근 지도. (왼쪽부터)사용자들이 직접 만드는 오픈스트리트맵, SK텔레콤에게 데이터를 제공받고 있는 구글지도, 국토지리원의 데이터를 가공해 서비스하는 네이버지도. /각 사
권범준 매니저는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OSM으로 서비스하는 한국 지도를 보여주며 "OSM은 데이터 품질이 매우 열악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데이터 수준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OSM에서는 자동차 길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구글은 서비스 강화를 이유로 2010년부터 꾸준히 국토지리원이 제작한 5000:1 정밀지도의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요구한 데이터도 국토지리원의 정밀지도를 SK텔레콤 T맵이 가공한 버전이다.
현재 구글지도는 북한에서 자동차 길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평양 류경호텔에서 사리원시의 황해북도 예술극장으로 가는 방법을 검색하면 차편으로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48분 걸린다"고 안내한다. 국도로 가는 길도 안내하지만 "11분이 더 걸린다"며 고속도로 사용을 권장한다. 도보로 가는 방법도 알려준다. 다만 13시간 29분이 걸린다. 북한에는 이렇다 할 대중교통이 없기에 대중교통 길찾기는 제공하지 못한다.
북한에서는 권 매니저가 언급한 포켓몬 고 역시 서비스 된다. 때문에 북한 인접 지역인 강원도 고성, 속초, 양양 지역에 많은 게이머들이 몰려가기도 했다. 게임 개발사 데이터에서 해당 지역이 북한으로 인식해 지도 데이터가 공급됐고, 그로인해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구글에게 지도데이터를 제공한 것일까? 구글이 2013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북한 지도는 구글 지도 작성기(맵 메이커)를 통해 이용자들이 제작한 지도다. 위성사진을 보고 사용자들이 점과 선을 그려 만드는 OSM과 동일한 개념이다.
당시 자얀스 마이소어 구글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는 "완벽한 지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심 있는 누구나 자신이 아는 지역의 지도를 업데이트하여 더욱 정확하고 상세한 지도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OSM은 데이터 품질이 열악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2016년 구글의 주장을 2013년의 구글이 맞받아친 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199개국에서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100여개 국가는 OSM 방식으로 만들어진 지도를 사용한다. OSM은 데이터가 열악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해당 국가들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