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치프 엔지니어(CE)인 카토 타케아키가 렉서스 브랜드의 SU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2014년 브랜드 사상 최초의 소형 SUV인 NX 시리즈를 출시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NX는 렉서스 고유의 이미지를 살리는 반면, 도심에서 타기 좋은 고성능 DNA를 적용해 스포츠카와 SUV의 통합을 이뤘다. 이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렉서스의 독특한 신차 개발 원칙이 한몫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달리 렉서스는 개발 전 과정을 지휘하고 조율하며 책임질 한 사람을 지정한다. 바로 치프 엔지니어(CE)다. CE는 해당 차종의 안팎 모습과 운전 느낌, 타깃 소비층을 판단하고 결정할 권한을 지녔다. 모든 신차가 그렇듯 NX 역시 처음엔 무형의 개념과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이후 CE가 팀원과 논의를 거쳐 구체화시켰다.
렉서스 NX의 치프 엔지니어는 카토 타케아키(54)다. CE를 포함해 NX의 핵심 엔지니어 4명은 LFA 개발팀 출신의 자동차 마니아들이다. 가령 카토 타케아키는 차를 8대나 소유했다. 게다가 전부 2인승 스포츠카다. 카토CE는 "우리가 LFA를 만들었듯이 렉서스에서 완전히 새로운 SUV를 한 번 만들어 보자"며 동료를 설득했다고 한다.
NX의 부수석 엔지니어 이치하라 스나오 역시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그는 대학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하고 1984년 도요타에 입사했다. 당시 도요타에서 추진 중이던 V8 엔진 얹은 프로펠러 항공기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테스트 비행 중 사고로 4명의 엔지니어가 사망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그는 자동차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그는 각종 엔진과 LFA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기계 개발에 관여해 왔다. 무려 9000rpm까지 회전할 수 있는 LFA의 V10 4.8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후 이치하라 스나오는 NX 개발팀에 합류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NX를 비롯해 RC와 IS 등에 얹는 2.0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의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최근 카토 CE는 "신차 개발은 공장에서 첫 차가 굴러나오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NX의 경우 우린 2009년 6월 기획을 시작했다"며 "NX가 판매에 들어가기 정확히 5년 전이었다. 당시 우린 NX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어떤 엔진과 서스펜션을 적용할지 함께 고민했다"고 NX 개발 과정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 경주도 그 중 하나다. 국제자동차경주 라이선스를 지닌 그는 지역 내구레이스에 출전 중이다. 분초를 다투는 경주를 통해 그는 손끝의 감각으로 해당 차종의 잠재력을 면밀히 읽는다.
아울러 성능의 물리적 한계까지 밀어붙이면서 내구성을 가늠한다. 물론 자동차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예를들어 TV쇼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수천 명의 인원이 함께 한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신차 개발과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카토 CE는 NX를 개발하는 5년간 세계 각지로 테스트 드라이브를 다니고, 딜러의 의견과 일본 전역에 위치한 각 부서의 총괄 책임자를 만났다.
카토 CE는 "여러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수많은 회의를 오가며 애초에 의도한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지 챙겨야 한다"며 "가령 새로운 터보 엔진의 개발 현황을 점검하면서 스타일링 작업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곧장 트랙으로 달려가 이상적인 운전 느낌을 지녔는지도 확인한다. 신차를 공개할 때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신차 출시 이후에도 끊임없이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CE의 임무는 끝나지 않는다. 그는 총 30개 부서와 손잡고, NX를 개발했다.
한편 렉서스가 고성능차 시장에서 '편안한 고성능차'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후지 스피드웨이 덕분이다.
일본 후지산 인근에 자리한 도요타 그룹 소유 트랙이다. 최정예 드라이버들이 물리력과 씨름하며 분초 다투는 전쟁터다. 렉서스의 고성능 브랜드 F는 이 서킷을 굽어보는 '후지(Fuji)'에서 비롯됐다. 렉서스가 고성능차 프로젝트에 눈 뜬 계기는 '드라이빙에 대한 열정'이었다. 기존 렉서스의 가치 뒤엎을 '도발'의 중심에 LFA가 있었다.
렉서스가 고성능차 시장에 데뷔한 것은 2009년 10월 일본 도쿄모터쇼에서 LFA를 공개하면서다. 도요다 아키오 현 도요타 사장이 '렉서스 브랜드'의 미국시장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2000년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추진, 9년여 개발 기간을 거쳤다. 전체 골격의 65%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이후 CFRP)으로 짜고 나머지 35%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LFA는 500대 한정판으로 나와 현재는 단종된 상태. 렉서스는 2014년 'RC F'를 내놓으며 'F 브랜드' 체계를 갖추며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룬다.
RC F는 V8(V형 8기통) 5.0리터 엔진에 자동 8단 변속기를 갖추고 최대 출력 473마력, 최대토크 54.0㎏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4.5초면 가능하다.
렉서스의 F는 아우디의 RS,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재규어의 R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현재 렉서스는 RC F와 GS F 등 두 차종을 거느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