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트렌드가 확산되고도 있다. 가성비는 건설현장이나 안전관리의 현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거론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서울메트로의 관리소홀로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 하는 정책'과 '안전불감증', '전관채용'에 있었다.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비용대비 효율만을 요구하는 문화가 안전문제를 촉발시킨 셈이다. 2년여가 흐른 세월호 사건 역시 가성비가 부른 참극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고 더 많은 화물을 실어 효율을 높이려던 시도가 결국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일용직 직업소개소를 방문한 기자는 한 하청업체의 일용직 근로자로 일한 적이 있다. 상하수도 내부 공사인 만큼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보호복 등이 지급돼야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마스크도 없이 가스로 가득한 상하수도관에 들어가도록 했다. 마스크를 요구하자 '왜 미리 챙기지 않았느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질식사·호흡기 감염 등의 각종 위험이 있지만 업체측은 지금까지 이렇게 일해온 것이 관행이라는 옹색한 변명을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하청은 최저가 입찰제로 낙찰자가 정해진다. 무리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선정된 업체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사치다.
지하철 양공사(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의 늘어난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를 외주에 맡긴 것도 문제다. 2011년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의 적자가 3조원을 넘어가자 조직축소와 함께 예산감축을 명령했다. 당시 2395억이었던 안전관련 예산은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1000억원대까지 줄었다. 일본의 도쿄메트로 공사가 연간 3000억원 이상을 안전에 투자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결국 시민의 안전은 예산보다 뒷전이었던 셈이다.
노후가 보장되는 철밥통 공무원의 '전관채용'은 세월호의 아픔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다. 누군가가 편해지기 위해, 예산을 아끼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과연 필요할까.
서울시가 뒤늦게나마 전관채용 조항 삭제, 안전시스템 개선, 하청업체 근로환경 개선 등의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19세 청년의 목숨을 지키기에는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