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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핑거스미스·동성애·해피엔딩…'아가씨'를 이해할 3가지 키워드

매혹적인 영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를 보고나면 누구나 이 생각을 가장 먼저 할 것이다.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 이후 3년 만이자 한국영화로는 '박쥐'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아가씨'는 아름다운 미쟝센과 흥미로운 이야기 구성, 그리고 박찬욱 감독 특유의 파격이 한데 녹아든 작품이다. '아가씨'를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영화 '아가씨'./CJ엔터테인먼트



◆ 핑거스미스 - 박찬욱 감독은 원작을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는데 남다른 능력을 지닌 연출자다.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박쥐' 등이 대표적이다. '아가씨'도 이들 작품과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원작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가씨'의 원작은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가 2002년에 출간한 소설 '핑거스미스'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여자 모드와 그녀의 하녀로 들어온 소매치기 수, 그리고 두 여자를 둘러싼 남자 젠틀맨과 릴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챕터별로 허를 찌르는 반전을 담은 흥미로운 플롯, 빅토리아 시대와 통속적 이야기의 은밀한 만남, 그리고 두 여자 주인공들의 동성애를 매력적으로 담아낸 세라 워터스의 대표작이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에서 함께 했던 제작자 임승용 대표의 아내를 통해 '핑거스미스'의 영화화 제안을 받았다. 원작을 한국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선택한 시대 배경은 바로 일제강점기였다. 신분과 계급, 그리고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시대를 그려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영화 '아가씨'는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상속녀 히데코(김민희)와 하녀 숙희(김태리), 그리고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과 히데코의 이모부이자 후견인인 코우즈키(조진웅)의 이야기로 새롭게 구성됐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에서 반했던 점은 이야기의 구조적인 특징이었다. '한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식의 구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원작에 매료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원작 소설에서 수가 모드의 날카로운 이빨을 은으로 된 골무로 갈아주는 장면을 언급하며 "여러 감각이 일깨워지는 장면이라 영화로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아가씨'./CJ엔터테인먼트



◆ 동성애 -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파격'이다. 그의 영화는 소재와 주제, 표현 등에서 늘 파격을 추구해왔다. '올드보이'의 근친상간, '복수는 나의 것'과 '친절한 금자씨'가 다룬 복수, '박쥐'의 종교적 시선이 그러하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면 파격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화다. 오히려 영화는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빼어난 미쟝센과 연출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 히데코와 코우즈키의 저택은 서양과 일본, 한국의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섞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전작들에 비해 대사가 많다는 점도 '아가씨'가 지닌 색다른 부분 중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속에 파격적인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주인공인 히데코와 숙희의 동성애가 그렇다. 거짓된 모습으로 만난 두 사람은 뜨거운 끌림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 영화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뒤흔드는 전환점으로 다가온다.

박찬욱 감독은 히데코와 숙희의 애정 신에 대해 "아름다움이 중요한 건 기본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움 이상으로 서로 대화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욕망의 분출이 아닌 친밀감의 교류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태리는 "동성애 또는 여성의 사랑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며 "굉장히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아가씨'./CJ엔터테인먼트



◆ 해피엔딩 - 영화가 공개되기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는 해피엔딩에 모호한 구석이 없는 후련한 영화"라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이전까지의 작품들 대부분이 모호한 결말로 여운을 남겼던 것을 떠올리면 뜻밖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박찬욱 감독의 말이 스포일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어떻게 해피엔딩을 만들어내는지에 있다.

'아가씨'는 '핑거스미스'처럼 전체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와 2부가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것도 '핑거스미스'와 닮았다. 박찬욱 감독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은 2부가 끝나갈 무렵부터다. 이때부터 박찬욱 감독은 소설과는 다른 이야기 전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아가씨'에서 박찬욱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3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히데코와 숙희에게 관심을 기울이던 영화는 3부에서 백작과 코우즈키에 초점을 기울인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신분과 계급, 권력과 남성성과 교묘하게 얽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결말은 원작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 놓여 있다. '친절한 금자씨''박쥐' '스토커' 등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 여성에 대한 시선도 연상된다. 해피엔딩 이면에 감춰진 의미를 생각할 때 '아가씨'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의 소재는 하나의 사기 행각이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가 상대방을 속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자신이 속은 것 같은 진실게임이 숨겨져 있다"며 "그런 네 사람의 관계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 핵심은 다음달 1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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