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극도의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대내외 악재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19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개최한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이달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358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번 사채권자 집회 안건은 조기 상환일을 오는 23일에서 9월23일로 4개월 연장하고 사채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한진해운의 자기주식으로 사채 원리금을 상환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로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는 전체 투자자의 3분의1 이상(168억원)이 참석했고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130억원 이상)했다. 한진해운은 투자자들에게 23일 만기가 되는 회사채 대금 지급일을 4개월 연장하거나 사채원리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줄 계획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용선료(선박 임대비용) 인하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해외선주 입장에선 한진해운은 수 많은 고객 중 한 곳에 불과하다. 또 용선료 인하 자체가 계약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크다. 한진해운으로선 장기적으로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나마 채권단이 준 협상시한마저 오는 8월 말까지다. 해외선주 한 곳을 설득하기도 힘든 마당에 수십 군데로부터 3개월 만에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한진해운 협상팀은 자문 로펌으로 영국계 회사를 선정하고 해외선주 설득을 위해 출국한 상태다.
반면 현대상선은 자율협약 전제조건의 핵심이었던 용선료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구조조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상선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협상 마감시한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용선료 담판'을 소득 없이 끝낸 현대상선은 나머지 선주들과 진행하려 했던 컨퍼런스콜도 취소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협상을 위한 당초의 데드라인(20일)에 변화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회사의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 해외 선주들의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 등이 동시에 이뤄져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선주사에 향후 남은 계약 기간의 용선료를 평균 28.4% 깎는 대신 인하분의 절반가량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정상화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용선료 인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채권단의 입장도 전달했다.
중대 고비로 꼽히던 18일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전체 용선료 협상은 물론이고 구조조정 자체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대상선의 상황에 대해 "아직 진행 중이고 법정관리로 갈지는 봐야 한다"면서도 "(법정관리)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