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의 노동개혁을 두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정규직·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유연화한 독일은 노동개혁에 성공한 반면 비정규직만 개혁한 이들 두 나라는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이 18일 내놓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노동개혁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당시 실업률은 독일이 11.2%, 프랑스 8.5%, 이탈리아 7.7%였다. 그러나 2015년에는 독일이 4.6%로 실업률이 크게 줄었고, 프랑스(10.4%), 이탈리아(11.9%)는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이 악화됐다.
세계경제포럼이 평가한 노동시장 효율성 순위에서도 독일은 2009년 70위에서 2015년 28위로 순위가 크게 올랐다. 프랑스는 이 기간 67위에서 51위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몇년 새 이들 나라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전경련에 따르면 독일은 2003년부터 '하르츠 개혁'을 통해 해고보호법 미적용 사업장을 5인 이하에서 10인 이하로 확대했다. 경영상 해고에 따른 보상금 청구권도 신설했다. 24개월의 파견기간 규제도 폐지했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시장 규제를 동시에 개혁한 것이다.
반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비정규직 완화에만 촛점을 맞췄다.
이탈리아는 1997년 '트레우(Treu) 개혁'을 통해 파견제 근로를 허용했다. 2003년엔 '비아지(Biagi) 개혁'을 통해 용역, 자유근로계약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근로계약을 인정하는데 그쳤다.
프랑스는 2005년 8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정규직(CDI), 기간제(CDD) 외에 '신규고용계약(CNE)'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신규고용계약(CNE)'은 2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로 고용하는 근로자에 대해 2년 간의 '시범채용 기간'을 허용하는 제도다. 최초 2년 동안에는 해고제한규정 적용이 유예되며, 해고하지 않을 경우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신규고용계약(CNE)'은 프랑스 법원의 명령으로 2008년 폐지됐다.
2006년에는 청년 고용창출을 위해 '신규고용계약(CNE)'을 확대한 '최초고용계약(CPE)'을 추진했다. '최초고용계약(CPE)'은 2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로 고용하는 26세 미만 근로자에 대해 2년 간 '시범채용 기간'을 허용하는 제도다. '신규고용계약(CNE)'과 마찬가지로 최초 2년 간 해고제한규정 적용이 유예된다. 하지만 '최초고용계약(CPE)'은 헌법위원회의 합헌 판정을 받고도 대학생과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법률 공표와 동시에 없어졌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단행한 독일은 금융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며 '세계경제의 우등생'이 됐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뒤늦게 노동개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면서 "19대 국회에서 '정년 60세 의무화법'과 같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법안들이 주로 통과되면서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이 좋지 않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해선 유연화 중심의 노동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