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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산업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당신의 안전한 새벽 뒤에는 우리가 있다

16일 새벽 0시 30분경 범계파출소 야간전종팀 이태전 경장과 이영근 순경이 유흥시설 밀집구역인 범계역 로데오거리를 보도순찰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모두가 잠든 시간 밤을 지새우며 시민의 안전한 아침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의 야간 근무를 기자가 함께 했다.

안양동안경찰서 범계파출소는 지하철 4호선 범계역을 중심으로 달안동, 부흥동, 부림동, 신촌동, 평촌동, 호계동 일대를 관할한다. 총원은 33명이지만 야간 근무자는 9명이다. 3일에 한 번 야간 근무를 서는 셈이다.

업무는 순찰과 신고접수 등으로 나뉜다. 기자가 범계파출소를 찾은 지난 15일 밤은 금요일임에도 조용했다. 주간근무 없이 매일 야간에만 근무하는 야간전종팀 이태전 경장은 순찰을 돌며 "범계역 일대 로데오 거리는 술집이 많아서 금요일 밤은 취객 싸움이나 성희롱이 많이 발생한다"며 "성범죄와 폭행사건이 자주 발생되는 곳을 더 중점적으로 순찰한다. 학생들이 모이는 공원 등지도 주요 순찰 대상"이라고 말했다.

경기경찰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 척결을 최우선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야간근무의 어려움을 묻자 이태전 경장과 이영근 순경은 "밤낮이 바뀐 생활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순경은 "오후 6시부터 4시까지 근무를 서고 퇴근하는데 집에 들어가면 계속 잠만 자게 된다. 아침에 자는 잠은 밤에 자는 잠보다 피로가 덜 풀리는 모양"이라고 웃어보였다.

이 경장도 이에 동의하며 "낮에는 사람들이 깨있으니 말이 통하지만 취객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들려줬다. 그는 "경찰을 업으로 삼으며 각오했던 일이지만 취객의 심한 욕설에 시달리면 힘들다"며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 수 없으니 퇴근길에 술을 사다 혼자 마시며 삭히곤 한다"고 덧붙였다.

순찰차로 순찰을 돌다 발견한 음주운전자 조 모씨(30, 여)에게 음주측정을 하는 야간전종팀. 조 씨는 "소주 두 병을 마신 것 같다"고 말했고 혈중알콜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53%가 나왔다. /오세성 기자



이날 새벽 1시경, 야간전종팀 순찰차 뒤편에서 흰색 SUV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는 차선을 위태롭게 이탈하며 주행하는 것이 발견됐다. 순찰차로 길을 막고 SUV를 세우고 문을 열자 운전자 조 모씨(30, 여)가 술 냄새를 풍기며 울고 있었다. 이 경장은 SUV 시동을 끄고 조 씨를 내리게 했다.

그는 "음주운전자의 경우 그냥 내리라고 하면 주행스틱을 드라이브에 두고 내리는 경우가 많다. 먼저 시동을 꺼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음주측정결과 조 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153%였다. 순찰 중 발견하지 못했다면 더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 씨는 안양 동안경찰서로 인계돼 면허취소 조치를 받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콜농도 0.1% 이상은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비슷한 시각, 가정폭력 사건도 발생했다. 부흥동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남편이 딸을 때린다는 아내의 신고가 접수된 것. 교사 이 모씨는 "딸이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해 어깨를 가볍게 찼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중학교 1학년인 이 씨의 딸은 공부를 하던 중이었고 구타가 이 씨 주장보다 오래 유지됐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피해자인 딸의 요청으로 아버지 이 씨를 분리조치했다.

모춘섭 순찰팀장(경위)은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부부싸움에 경찰이 왜 왔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벽 2시에는 행패소란 신고가 접수됐다. 술에 취한 청년 둘이 술집에서 술병을 던지며 손님들에게 욕설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야간전종팀이 출동해 흥분한 가해자 박 모씨(32, 남)와 이 모씨(32, 남)를 진정시켰고, 가해자들이 사과와 변상을 하며 상황은 정리되는 듯 했다. 경찰이 술집 밖으로 이들을 안내하자 이들은 갑자기 상황을 지켜보던 행인에게 뛰어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술집 앞에서 지나가던 행인을 구타한 이 모씨(32, 남)를 범계파출소 야간 근무자들이 체포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현행범으로 즉각 체포돼 파출소로 온 가해자들은 "손이 아프다"며 끊임없이 고함을 질렀다. 모춘섭 순찰팀장(경위)은 "취객이 파출소에 와 물건을 던지거나 욕설을 하는 일이 잦다"며 "파출소 밖으로 내보내도 다시 들어와 욕설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술이 깨면 다들 얌전해진다. 술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두나 경장은 "지금은 저렇게 고함을 질러대지만 아침에 술이 깨면 본인들이 왜 잡혀왔는지도 모를 것"이라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원해 이들은 다음날 아침 안양경찰서 형사과로 인계됐다.

15일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범계파출소에 접수된 신고는 총 40건이었다.

범계파출소 모춘섭 순찰팀장은 "취객의 욕설과 난동에 힘들기도 하지만 우리가 아니라면 다른 시민들이 취객에게 다쳤을 수 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시민들이 평온한 밤을 보내고 활기찬 아침을 맞이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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