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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⑮꽉 막힌 도시에 자유를…합정역 메세나폴리스, 조영철의 '도시를 위한 네발 짐승-사슴'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입구에 높다랗게 서 있는 사슴은 조영철 작가의 '도시를 위한 네발 짐승' 시리즈 중 '사슴'이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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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6호선 환승역 합정역 10번 출구, 해가 지자 청록색의 영롱한 광채를 뿜는 3미터에 가까운 키의 사슴 한 마리가 도시를 내려다 본다. 메세나폴리스 문 앞을 수호하고 있는 듯한 청록의 아름다운 짐승은 조영철 작가의 '도시를 위한 네발 짐승' 시리즈 중 사슴이다.

작품 '도시를 위한 네발 짐승-사슴'은 해가 지면 메세나폴리스의 따뜻한 조명과 대비되는 청록색으로 빛난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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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과 같은 야생동물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거대한 도시 안에서 수많은 규칙에 얽매어 살아가는 현대인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인들은 사회가 정한 크고 작은 규칙들과, 일방적인 신호들·기호들 위에 서있다.

작품은 내부에 조명이 설치돼 해가 지면 바로 켜지도록 관리된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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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폴리스의 사슴은 조명으로 빛나는 수많은 도시의 간판을 내려다보면서 우리에게 도시의 일방적인 규칙들을 뛰어넘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작가는 작품 의도를 묻는 질문에 "도시의 일방적인 질서와 신호 사이에서 사슴이 보내는 신호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높이 설치된 작품은 합정역 인근을 내려다 보고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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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이 주는 메시지는 해가 졌을 때 선명하다. 사슴의 몸체와 뿔 내부에 설치된 조명은 해가 지면 바로 켜져 청록색의 생명력 넘치는 사슴을 탄생시킨다. 작가는 이를 위해 폴리카보네이트나 렉산으로 불리는 강도 높은 투명 아크릴을 재료로 택했다. 야외 설치인 만큼 내구성이 높을 필요도 있었지만 환경과의 조화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투명한 사슴은 대상이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환경을 가리지 않고, 주변 환경을 몸 안으로 투영시킨다.

작품은 철과 폴리카보네이트(투명 아크릴)로 제작됐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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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철과 폴리카보네이트를 이용해 말, 코끼리, 고양이 등의 야생동물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사슴이 서 있는 메세나폴리스에 등장한 바 있다. 메세나폴리스의 '퍼블릭아트(공공미술) 프로젝트'가 2013년 처음으로 선정한 작가가 바로 조영철 작가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의 대안적 형태의 전시를 실험하기 위해 메세나폴리스 준공 이후 매년 작가를 선정한다.

작가는 투명 아크릴을 이용해 작품이 환경을 투영시키도록 제작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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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폴리스는 2012년 준공 직후 스트리트 쇼핑몰, 오피스 등이 입주하기까지 비어있는 공간을 예술가들이 활용하도록 전시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공간을 지원하기도 하고, 내부로 '홍대 앞 거리미술전(거미전)'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메세나폴리스로 살아있는 문화가 유입되었으면 좋겠다는 오너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청록빛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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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의지는 메세나폴리스의 이름에도 묻어난다. 메세나란 이름은 문화 예술가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로마제국의 정치인 가이우스 마에케나스(Gaius Maecenas)에서 유래한다. 오늘날 기업의 문화 예술 활동 지원사업을 의미하는 용어가 됐다. 메세나폴리스는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이상 도시를 지향한다.

투명한 소재를 사용한 덕분에 작품은 어느 방향에서도 배경을 가로막지 않는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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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거리미술전(거미전)은 홍대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술 축제로 1993년에 처음 시작돼 해마다 열리고 있다. 홍대 미대생들이 주축이 되어 거리 전체에서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열리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퍼포먼스 공연등이 펼쳐진다. 거리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미술이 대중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거미전은 패기 넘치는 예술이 흐르는 홍대만의 자유분방한 지역 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해 왔다.

박소정 객원기자



글 : 큐레이터 박소정 (www.trinityseoul.com)

사진 : 사진작가 류주항 (www.matt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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