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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어둠 뚫는 심야버스, 종착지는 '희망'

심야버스 운전기사 이원우(55) 씨./사진=손진영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희망을 태우는 심야버스기사 이원우 씨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김포공항 인근의 강서공영차고지에 버스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 빈 주차공간을 하나씩 차지한 버스가 종일의 노곤함을 털고 잠을 청하는 사이 N26번 버스는 불을 환하게 밝히고 나설 준비를 한다.

밤(Night)을 뜻하는 영문의 앞 글자를 붙여 이름 지어진 N26번 버스는 매일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되는 '심야버스'다. 서울시에서 지난 2013년 4월 N26번과 N37번 등 2개 노선으로 출발한 것이 현재는 8개 노선으로 늘었다.

심야버스 운전기사 이원우(55) 씨./사진=손진영 기자



3년 가까이 N26번 버스를 몰고 있다는 이원우 씨(55)는 오늘도 '안전운전'을 다짐하며 운전석에 앉는다.

◆버스 운전대…이제는 '인생 동무'

N26번 버스는 강서구 공영차고지에서 출발해 개화역∼송정역∼합정∼홍대∼종각∼상봉역을 지나 중랑구 공영차고지까지 달린다. 다시 중랑차고지에서 강서차고지로 돌아오는 '1회 왕복'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이 씨의 임무다.

"젊었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었어요. 생각하기를 즐기고 한 가지에 빠지면 조용히 탐구하길 좋아해서 역동적이고 변수가 많은 운전이 직업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이 시대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이 씨 또한 커가는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 버스는 어느덧 이 씨와 십 수 년을 함께한 동무가 됐다.

"운전을 시작한지 벌써 14년이 지나 아들, 딸도 다 컸고…. 정년까지 3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 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때만 하더라도 운전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썩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이 운전을 단순직업이라 여겨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최근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버스기사를 안정적이고 나쁘지 않은 직업으로 쳐주는 것 같다며 헛헛하게 웃었다.

이 씨는 모든 승객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넨다. 자신과의 약속이다.

"생각보다 취객은 많지 않고 간혹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이나 전화통화로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 일행이 함께 타서 시끄럽게 하는 경우는 있어요. 조금만 옆 사람을 배려해주면 좋겠어요."

지난달 26일 홍대에서 한 승객이 심야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손진영 기자



◆"시민의 발…교통문제 해결되길"

첫 정거장을 출발한 지 십분 남짓 됐을까. 버스는 어느새 만석이다. 자리가 없어 통로에 선 승객들은 손잡이에 몸을 의지한다.

"버스에는 저 처럼 야간에 일하는 분들이 많이 타요. 대부분 생계와 연관돼 있는 거죠."

N26번 버스 승객은 대리운전기사부터 청소부, 야간업무를 마친 회사원, 취업준비생 등 모습도 각각이다.

심야버스 배차시간은 40분 정도. 지하철 처럼 정거장을 지나는 시각이 정확하지 않아 승객들은 넉넉하게 움직여 10분에서 20분 정도 기다렸다 타기를 마다치 않는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잘 돼있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심야에는 불편을 겪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버스를 오래 몰다보니 도로 위의 교통 수급 불균형 문제가 다 보이더라고요."

그는 특히 오후 11시 30분부터 오전 1시 30분 사이 어느 지역에는 빈 택시가 줄지어있는 반면 어디엔가는 택시가 없어 교통대란을 겪는 사례를 문제로 지적했다. 한창 논란인 '심야콜버스'도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빚어낸 결과라고 했다.

"운수업 종사자 간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갈 일이 아니라 반대하는 쪽은 왜 그런지, 찬성하는 쪽의 이유는 무언지를 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민을 위한 최선책을 찾아야죠."

오전 5시, 누군가의 안전귀가를 책임진 이 씨가 퇴근할 시각. 이제 6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공방에서 목공작업에 몰두한다고 한다.

"수년 전부터 가구 만드는 일에 재미를 붙였어요. 언젠가는 제 공방을 내는 게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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