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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⑬5120개 도자 타일로 살아난 역사, 종각역 이헌정의 '정조대왕 능행반차도'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⑬5120개 도자 타일로 살아난 역사, 종각역 이헌정의 '정조대왕 능행반차도'

1호선 종각역 인근 청계천 장통교에서 삼일교 사이 석벽에 정조대왕 능행반차도가 설치돼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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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제작하던 당시에는 (제약이 많아) 작가로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한 작가의 색깔이나 재능을 보이기보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보여지는 의미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느낀다."

이헌정 작가가 최근 경기도 양평 작업실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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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92m 길이로 세계 최대 규모 도자(세라믹) 벽화인 '정조대왕 능행반차도(陵幸班次圖)'를 제작한 이헌정 작가의 말이다. '반차도'란 궁중의 각종 의식 장면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정조 반차도'는 조선 22대 정조 대왕이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경기도 화성을 다녀오는 8일 동안의 행렬을 상세하게 묘사한 그림이다. 본래 김홍도와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합작하여 만든 흑백의 목판화이지만, 2005년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1호선 종각역 인근 청계천 장통교에서 삼일교 사이 석벽에 도자로 재탄생했다.

'정조대왕 능행반차도'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을 다녀오는 8일 동안의 행렬을 상세하게 묘사한 그림이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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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탄생 과정은 작가의 말대로 고증에 고증을 거쳤다. 작가는 수작업으로 제작한 타일 한 점 한 점에 그림을 그렸다. 무려 5120개의 타일이다. 자문위원단은 30x30cm 크기의 타일을 2mm 오차 내에서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후 외곽을 기계처럼 절단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도자는 구우면 흙에 있는 수분이 빠지면서 수축이 되는데 수축률 자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오차 범위를 맞추는게 쉬울 리 없다. 작가는 2만개를 만들어서 그중에서 5000여개를 골라내야 했다.

석벽에 설치된 작품은 30x30cm 크기의 타일 5120개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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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타일은 조선시대의 고백자 느낌이 나야 했다. 고백자는 흙이 완전히 정제되지 않아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다. 흰색이되 완전한 흰색이 아니다. 흙 자체를 채취하기도 힘들고 불순물을 걸러내기도 힘들다. 작가는 최대한 고백자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판매되고 있는 정제 흙에 작업실 앞 흙을 섞었다.

채색도 역사 학자 한영우 교수가 고증한 책의 내용에 맞춰 강석영 교수의 도자 자문을 거쳐야 했다.

작품의 타일은 2mm 오차 내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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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내구성도 중요했다. 작품이 설치되는 청계천변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홍수가 나면 물이 차므로 석벽에 그냥 부착하면 안에 생긴 공간에서 물이 얼고 녹고 하면서 타일이 떨어져 나기기 십상인 까닭이다. 이를 막기 위해 작가는 미리 콘크리트 공장에서 모듈을 크게 제작하여 현지에서 조립하는 공법을 택했다. 이른바 프리캐스트 공법이다. 이렇게 해서 5000여개의 타일은 200개의 두께 20cm되는 벽과 한 몸이 됐다.

이헌정 작가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작품이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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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실제로 만드는 시간보다 반복된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만 6개월이 소요됐다. 총 작업시간의 반이나 된다.

작가가 타일 작품의 원 작품인 정조 반차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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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노고는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설치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타일에 그려진 그림은 생생하다. 그림 속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서는 위엄보다는 익살이 넘친다. 김홍도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정감이 그대로 묻어 난다. 작품 중간중간 설치된 스피커에서 당시 악대들의 연주소리,말발굽 소리, 행차를 선도하는 사람의 구령소리가 힘차게 흘러나오면 200여년전의 행차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다.

정조 반차도에는 김홍도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정감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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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시민들에게 두 가지 감상 포인트를 권했다. 그림을 통해 역사적 장면을 생생히 느끼는 것과 도자가 주는 예술미를 동시에 느끼보라는 권유다.

현재 이헌정 작가는 다음달 뉴욕에서 자신의 28번째 개인전을 열기 위해 분주하다.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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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정 작가는 도예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최근 건축으로까지 작업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다. 올해 3월 1일부터 4월 21일까지 뉴욕의 Gallery R&Company 에서 'The Act of Artwork'이란 타이틀로 28번째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양평의 작업실에서 30여점의 작품을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준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박소정 객원기자



글 : 큐레이터 박소정 _ 아트에이젼시 '더트리니티'(www.trinityseoul.com)

사진 : 사진작가 류주항 (www.matt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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