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가 최택을 이겼다. 실제 대국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생'과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는 공통적인 소재로 '바둑'이 등장한다. 두 드라마가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바둑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늘고 있다.
메트로신문이 온라인몰 옥션에 의뢰해 미생과 응팔의 인기에 따른 바둑관련 제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미생 방영 시기에 관련제품의 매출증가율이 응팔보다 4배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생이 방영된 지난 2014년 10월 7일부터 12월 20일까지 바둑 제품 판매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에 달했다. 바둑을 즐기는 중장년층이 이미 바둑용품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때 매출 증가율은 곧 신규 바둑 입문생의 증가 수치로 볼 수 있다. 응팔 방영시기인 지난해 11월6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바둑관련 제품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8% 늘어나는데 그쳤다. 바둑제품의 매출상승효과는 장그래가 최택을 압도한 것.
온라인몰 업계에서는 미생이 응팔보다 바둑에 관심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로 드라마의 스토리를 꼽는다. 직장생활을 바둑에 빗댄 드라마 미생은 매회 바둑과 관련된 용어들이 등장하며 인생과 바둑을 오버랩시켰다. 삶과 대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미지를 강조한 미생은 바둑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들의 시선을 바둑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응팔 역시 1980년대 천재바둑기사 최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미생에서 시작된 바둑 인기몰이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응팔의 경우 미생처럼 매회 바둑이 등장하지 않은데다 일반인과 동떨어진 천재바둑기사를 내세우면서 미생만큼의 파급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바둑관련 제품이 한번 구입한 후 재구매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미생은 바둑을 소재로 한 첫 히트드라마로써 기존 기저효과를 톡톡히 봤다고도 분석했다.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생은 그동안 바둑 관련 제품 매출이 거의 정체된 시기 방영되면서 이전까지 낮았던 매출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응팔의 경우 미생과 1년의 시차를 두고 방영된 만큼 미생 방영시기인 전년도에 이미 늘어난 매출신장률에 추가적인 성장률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옥션 관계자는 "바둑 소재 드라마의 인기로 매출 변화가 거의 없었던 바둑 관련 제품의 매출에 의미있는 변화가 포착됐다"며 "실제로 '응팔' 방영 기간 동안 바둑 제품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